동물의 권리 vs 동물 볼 권리… 동물원법 제정안 싸고 논란

입력 2013-10-09 04:58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 회원들은 지난 1월 경기도 고양시의 한 테마동물원을 찾았다가 열악한 환경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스스로 땀을 배출할 수 없어 진흙바닥에서 생활해야 하는 돼지가 콘크리트 바닥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철창으로 된 우리 안의 원숭이에게 관람객들은 먹던 과자를 쉴 새 없이 던졌고, ‘악어쇼’가 시작되자 사육사는 악어 꼬리를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이 단체의 전경옥 대표는 “동물원이 이윤을 더 내려고 자극적인 볼거리만 잔뜩 마련해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동물원은 최근 멸종위기종인 바다코끼리를 발로 차고 파리채로 계속 때리는 동영상이 공개돼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영상에는 사육사가 멸종위기종 악어인 샴크로커다일의 행동이 굼뜨다며 뾰족한 막대기로 수차례 찌르는 장면도 나왔다. 지난 2일 이 동물원을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동물보호단체 카라 관계자는 “공익요원의 제보로 조련 과정의 동물학대 영상을 확보해 처음으로 동물원 고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지난달 27일 동물을 가혹하게 훈련시키는 것을 막고 동물원 관리 현황 등을 주기적으로 정부에 보고토록 한 동물원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장 의원은 “현재 동물원 운영에 대한 법규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동물원의 건강하고 건전한 운영을 위해서는 동물원 관련 법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물원법안에 담긴 ‘쇼를 목적으로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동물을 훈련시키지 못한다’는 조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쇼’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동물 훈련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동물원 관계자는 “공연장에서 동물에게 재주를 구르게 하는 것만이 쇼가 아니다. 낙타를 타거나 기니피그를 만지는 것도 다 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동물원 사육사는 “쇼가 정확히 어떤 규모로 어떻게 하는 것을 말하는지 기준이 먼저 마련되지 않으면 국내 동물원의 많은 활동이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