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간 일감 규제… 이중과세 논란도 재점화
입력 2013-10-08 18:05 수정 2013-10-08 22:57
베일을 벗은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당초 전망을 크게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전방위적인 ‘경제 민주화’ 압력 속에 기업들이 일찌감치 자진신고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체 과세 대상 중 중소·중견법인이 98.5%를 차지해 중소기업만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8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중소·중견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예상보다 중소·중견기업의 과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오자 업계가 패닉에 빠진 것이다.
실제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1만324명의 신고자 가운데 7838명(75.9%)이 중소기업법인, 2332명(22.6%)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일반법인 주주들이다. 납부액 역시 중소기업법인 주주가 282억원(15.2%), 일반법인 주주가 776억원(41.7%)으로 이들이 낼 세금이 전체 납부액의 절반이 넘는 56.9%를 차지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제도는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세무 정보에 약한 중소·중견기업에 불이익이 집중될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들이 설익은 정책의 유탄을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중과세 논란도 여전하다. 수혜 법인이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뒤 지배주주가 실제 배당을 받았을 때 다시 배당소득세를 매기는 것은 위헌 요소가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과세 당국은 그러나 중소기업계의 반발이 지나친 점이 있다고 항변한다. 1인당 세액이 중소기업법인 주주의 경우 400만원, 일반법인 주주는 3300만원에 그쳐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주주(5억2000만원)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따라 대기업이 계열사에 밀어주던 물량이 중소기업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금 더 효과를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중과세 논란 역시 지배주주가 수혜 법인의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에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낸 부분은 경감해주는 등 상당부분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내년부터는 중소기업의 부담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게 과세 당국의 입장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조건은 올해와 동일한 반면, 중소기업은 주식 보유 비율 5% 초과, 매출액 50% 초과로 완화된다. 더불어 내년부터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산출방식도 대기업에 불리하게 변화된다.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이 반으로 줄게 된다.
올해 세수가 당초 전망보다 늘어난 것은 정부의 과세 의지에 따라 적극적으로 자진 신고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세제개편 당시 다소 보수적으로 세수를 예측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의 일감몰아주기 비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정부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만연해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