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잡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입력 2013-10-08 17:59

올해부터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자진 신고 기업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부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중소·중견기업만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세청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제도 도입 후 첫 정기 신고를 받은 결과 신고 대상자 1만658명의 96.9%인 1만324명이 1859억원을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말 기획재정부가 세법 개정 당시 전망했던 1000억원의 세수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법인 기준으로는 지난해 말 44만7000개 법인(2012년 국세통계연보 기준) 가운데 6400개(1.4%) 법인이 과세 대상이며, 이 중 6089개 회사가 자진 신고했다.

유형별로는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주주는 전체 신고자의 1.5%인 154명에 그쳤다. 그러나 이들의 납부 세액은 801억원으로 전체 납부액의 절반에 가까운 43.1%를 차지했다. 42개 기업집단(공기업 등 제외) 가운데 35개 기업집단이 증여세를 신고했다. 신고하지 않은 7개 집단은 대부분 금융회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 법인 주주는 신고자의 75.9%인 7838명이나 됐다. 다만 납부 세액은 전체의 15.2%인 282억원에 그쳤다. 중견기업 범위에 포함되는 일반 법인의 주주는 신고자의 22.6%인 2332명으로 납부세액은 전체의 41.7%인 776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납부세액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주주가 5억2000만원, 일반 법인 주주가 3300만원, 중소기업법인 주주는 400만원 등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첫 정기신고 결과의 98.5%가 중소·중견기업 주주였다”며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중소·중견기업을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신고한 대주주들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은 전체 35만8000개 기업 가운데 1.2%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