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대학, 유럽어학과 잇단 퇴출… 입학생 줄어 학과 폐지

입력 2013-10-08 17:56

영국 대학가에서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유럽어학과가 사라지고 있다. 고등학교들이 대입에 필요한 교과과정에서 이들 과목 점수를 유독 짜게 주자 선택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럽어 전공을 폐지한 영국 대학은 1998년부터 최근까지 15년간 전체의 40%에 달한다고 현지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독일어 전공은 반 토막 났고 프랑스어는 약 40% 줄었다.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는 각각 23%, 22% 감소했다.

옥스퍼드대에서 독일어를 가르치는 캐트린 콜 교수는 “영국이 안 그래도 빈약한 어학 인재를 구조적으로 허비해 온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분석 결과”라고 말했다. 사우샘프턴대학 유럽어문대 마이클 켈리 학장은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매년 2, 3개 어학과가 문을 닫아 학생에겐 전공 선택의 여지가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어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건 입학생이 줄었기 때문이다. 영국 대학 진학을 위한 예비 교과과정이자 일종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A레벨에서 해당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은 점점 줄고 있다. 영국에서는 관련 과목을 미리 이수하지 않으면 주요 대학이나 특정 학과에 지원할 수 없다. 유럽어 기피 현상은 깐깐한 채점 기준 탓이 크다. 지난 여름학기 A레벨의 경우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에서 최고점을 받은 학생은 6.9%에 불과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