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5만명 몰디브… 휴양지 나라서 웬 정치혼란?
입력 2013-10-08 17:56 수정 2013-10-08 22:49
1100여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져 고급 휴양지가 즐비한 인도양의 작은 나라 몰디브에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달 7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 대해 7일(현지시간) 무효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선거를 다시 하도록 명령해 대권을 향한 후보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선 다시 치러라=몰디브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4대 3의 의견으로 대선 1차 투표가 무효라고 결정했다. 또 20일 1차 투표를 다시 실시할 것을 결정했다. 몰디브 대선은 1차 투표를 통해 50% 이상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차 결선투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결선투표를 11월 4일까지 마무리할 것도 지시했다. 몰디브 헌법은 다음 달 11일까지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수 의견을 낸 아흐메드 압둘라 디디 대법관은 “5623표의 부정투표가 발견됐다는 경찰의 기밀 보고서를 판결에 참작했다”고 말했다. 부정투표에는 죽은 사람과 미성년자, 위조 신분증을 이용한 사람 등의 투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흐메드 파이즈 후사인 대법원장을 포함한 3명의 소수 의견은 선거를 무효화할 어떠한 법률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1차 투표 당시 무함마드 나시드 전 대통령은 45.45%를 얻어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의 이복동생인 압둘라 야민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런데 3위를 차지한 사업가 카심 이브라힘이 부정선거를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몰디브는 결선투표를 미뤄왔다. 2∼3위 간 격차는 2700여표 차인 것으로 전해졌다.
몰디브는 2008년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실시했다. 인권 및 환경운동가 출신인 나시드는 30년 장기 집권의 가윰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권좌에 올랐다. 그러나 환율 조정 실패와 물가상승, 고위법관 체포 명령 등으로 국민의 반발을 산 데 이어 가윰 전 대통령 지지자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2월 물러났다.
◇국제사회 우려 증폭=인구 35만명에 불과한 소국인 몰디브 대선이 관심을 끄는 것은 민주주의가 회복될 수 있느냐 하는 것 때문이다. 역사상 최초로 민선 대통령이 된 나시드 전 대통령은 퇴진 압박에 밀려 사임했다. 이 때문에 나시드 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성격이 강한 선거였다.
나시드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실제로 현지 전문가들과 선거를 모니터링한 국제사회 관계자들은 1차 투표가 비교적 공정하고 자유롭게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달 23일로 예정된 결선투표가 연기되자 나시드 전 대통령이 이끄는 몰디브 민주당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대법원 결정 몇 시간 전에는 복면을 한 6명의 괴한이 나시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송국에 난입해 불을 지르기도 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 역시 몰디브의 정치적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속한 결선투표 진행을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몰디브 헌법에 따라 적법하고 믿을 수 있는 결선투표를 신속하게 실시할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유엔 등도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