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먹고 SPA시장 쑥쑥

입력 2013-10-08 17:55


직장인 장미영(32·여)씨는 8일 점심식사를 마친 뒤 서울 명동의 유니클로 매장을 찾았다. 최근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가볍게 걸칠 옷을 하나 사기 위해서였다. 장씨가 선택한 것은 2만9900원짜리 카디건. 장씨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주로 인터넷몰과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SPA) 매장에서 옷을 사고 있다”면서 “특히 SPA는 가격이 저렴하고 디자인도 좋아 부담 없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주부 최은주(54)씨는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에서 아들에게 줄 면바지와 셔츠를 샀다. 최씨가 쓴 돈은 7만9800원이 전부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국내 SPA 브랜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SPA는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브랜드다. 유통 단계를 축소해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회전시킬 수 있다.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도 갖췄다.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SPA시장 규모가 올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5000억원이었던 시장이 5년 만에 6배 이상 커진 것이다. 전체 패션시장에서 SPA가 차지하는 몫도 커지고 있다. 2008년 1.8%였던 비중은 지난해 9%로 7.2% 포인트나 늘었다. ‘괜찮은 제품을 싼 가격에 빨리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경기 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을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최근에는 해외 SPA브랜드가 선점한 시장에 국내 SPA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아울러 올해 유니클로·자라·H&M 등 해외 ‘빅3’ SPA 브랜드들은 국내 진출 8년 만에 총 1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미 서울 명동·강남역·신촌 등 핵심 상권에 대형 매장을 열었고, 지방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매장 다각화와 지방 대도시 매장 확대에 적극 나섰다. 2020년까지 매장 300곳과 매출 3조원을 달성해 국내 의류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1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이다. H&M도 부산 서면점·광주 와이즈파크점·울산 업스퀘어점 등 전국의 핵심 상권으로 빠르게 진출했다. 자라도 올 초 롯데 창원점과 부산대점을 열었다.

이에 맞서 국내 SPA브랜드인 이랜드 스파오·미쏘, 신성통상 탑텐, 제일모직 에잇세컨즈도 시장 공략에 전력투구 중이다. NH농협증권 배은영 연구원은 “신규 브랜드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어 SPA 시장의 성장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위축됐던 소비가 늘어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