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 중심’ 시스템 국가로 변신 시도 왜?
입력 2013-10-08 17:47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군부가 아닌 노동당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으로 변모를 꾀하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지도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정부는 김 제1위원장이 당 중심의 국가운영 시스템을 통해 군부를 견제하고 정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지도체제의 방향을 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절대적 권위가 없는 상황에서 비대해진 군부는 자신만의 체제 공고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김정일 체제 말기부터 노동당 위상 변화 움직임이 있었다”며 “김 위원장이 권력기반이 취약한 아들을 위해 ‘노동당 부활’이라는 길을 터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2010년 9월 44년 만에 당대표자회를 열고 김 제1위원장을 공식 후계자로 지명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후 당의 위상을 강화하고 군부를 견제하는 데 당대표자회나 최고인민회의와 같은 시스템을 활용했다. 그 신호탄은 지난해 4월 열린 제4차 당대표자회다. 김 제1위원장은 정통 당 관료 출신인 최룡해를 당대표자회에서 군부 서열 1위인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했다. 최룡해는 20대 초반의 하사관 생활 외에는 군 경력이 전무하다.
이후 김 제1위원장은 군 핵심 보직을 빈번히 교체했다. 올해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에 각각 임명된 이영길, 장정남은 사실 아버지 김정일 체제에선 권력의 변두리에 있던 인물들이다. 지명도가 낮은 이들이 김정은 체제에서 권력 핵심에 진입한 만큼 국정의 중심축이 된 노동당의 영도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북한에서 군부가 퇴조하고 노동당의 기능과 역할이 강조되는 모습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8월 발표한 ‘김정일 동지의 위대한 선군혁명사상과 업적을 길이 빛내어 나가자’는 담화에서 “인민군대의 총적 방향은 오직 하나 우리 당이 가리키는 한 방향으로 총구를 내대고 곧바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에 대한 당의 영도를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올 6월 개정한 ‘유일사상 10대 원칙’도 당의 권능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실제 제9조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일적 영도 밑에’가 ‘당의 유일적 영도 밑에’로 고쳐졌고, 간부 선발 척도로 명시했던 제9조 7항의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당에 대한 충실성과 실력’으로 바뀌었다. 또 올 들어 당 세포비서대회, 전군 당 강습지도일꾼회의, 3대 혁명소조원회의 등 노동당 행사가 잇따르며 당 하부조직까지 재정비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