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에 시작한 꿈… ‘경력 5개월’ 초짜 실버 기자가 간다
입력 2013-10-08 17:35
60대에 가슴 두근거리는 일을 하게 됐다면? 더구나 그 일이 사회에 큰 도움이 되는 뜻 깊은 일이라면? 또래들은 물론 50대들도 귀가 솔깃할 만하다. 서울 수표로 KDB 시니어브리지센터에서 지난 4일 그 주인공들을 만났다. 두 드림(Do Dream) 기자단에서 활동하는 5명의 ‘민완 시니어 기자’들이다. 이제 막 수습을 끝낸 종합일간지 기자들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이 꿈틀거렸다.
이들은 지난 4월 발족한 시니어브리지센터에서 후반생 설계와 사회참여를 돕는 ‘시니어브리지 아카데미’를 수강한 뒤 기자단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한 실력파들이다. 시니어브리지 센터는 시니어의 사회공헌활동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KDB 나눔재단의 후원을 받아 민간 최초로 설립된 시니어 지원기관이다.
두 드림 창간준비단으로 4월부터 활동한 터줏대감 김봉중(63·서울 가락동)씨는 “두드림 기자단은 시니어의,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를 위한 뉴스’를 취재해 널리 알리기 위해서 발족한 것”이라고 미국의 링컨 대통령의 케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해 소개했다. 손해보험회사에 26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뒤 3번의 창업경험을 담아 ‘마흔에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해야 할 것들’ 등 2권의 책을 냈다. 보통 사람이 변모한 좋은 사례를 많이 발굴해 보도하고 싶다는 그는 기자단 활동 이후 “사소한 일상도 관찰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무관리 전문가인 송주홍(63·경기 파주 동패동)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무심하게 보았던 주위의 시니어 관련 문제나 현상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는 것. 100세 시대를 맞아 후반기 생을 개척해야 하는 시니어들과 함께 열악한 사회 환경을 개선하고 싶어 기자단 활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시니어들의 자산이나 재무 설계,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김치순(60·서울 대조동)씨는 라이프스타일까지 변했다고 했다. 그는 기사를 쓰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됐고, 일방적인 대화를 자제하고 좀 더 진중해졌다”고. 김씨는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일상에 활기가 넘친다”며 즐거워했다. IMF 여파로 40대에 퇴직한 뒤 100여개의 명함을 가졌었다는 그는 소득은 평균 이하지만 멋진 인생을 사는 시니어, 시니어들이 참여할 만한 농업 및 관련사업 등을 기사화하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참석자 중 최연장자인 이부윤(65·경기 남양주)씨는 ‘그 정도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싱긋 웃었다. 부영배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로 30여 년간 마을공동체 육성에 올인 한 이씨는 “10여 년째 블로그에 정부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쇠귀에 경 읽기더니 기사로 게재하니 매스컴에서도 관심을 갖더라”면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강의 스킬을 익히기 위해 센터를 두드렸다는 그는 펜의 힘을 체험하게 된 셈이다.
문학지 등단작가이자 한국사진작가협회 소속 사진작가로 글과 사진에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 변용도(64·경기 고양 정발산동)씨는 한술 더 떴다. 이곳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아예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는 것. 그는 “시니어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나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시니어전문 매체를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기사에 생생한 사진을 곁들여 인기가 높다.
이들의 기사는 시니어브리지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되고 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세상을 새롭게 보고, 생활 스타일을 바꾸고, 30대에도 찾지 못했던 꿈의 실현 방법을 찾아내고, 새로운 꿈을 키우게 된 이들은 “모든 것이 시니어브리지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강의를 들어 왔다는 송씨는 “대부분 교육으로 끝났던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이곳은 활용방안까지 연결시켜 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씨는 “사회적 기업을 선정해 3∼4년 인큐베이팅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국의 아소카 재단처럼 바람직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KDB시니어브리지는 시니어 아카데미 기본·전략집중·창업 과정을 이수하면 사회공헌 인턴십 과정, 소그룹 활동과 기수별 정기모임 등 연계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사무 공간, 사무기기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84명이 참가했으며, 이달 말쯤 15∼20명을 추가 선발할 계획이다. 45∼65세 퇴직자 또는 퇴직 예정자면 참여가 가능하다(문의 02-2280-3393).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