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수입차마저 감속… 자동차 내수시장 얼어붙나

입력 2013-10-08 17:24


최근 잘나가던 수입차마저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장기 불황 탓에 자동차 내수시장 전체가 침체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지난달 수입차 등록대수가 8월에 비해 9.4% 감소한 1만2668대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2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5% 증가했지만 상반기의 가파른 상승세에 비춰보면 신통치 않은 실적이다.

자동차 내수시장 위축은 국내 업체의 판매 부진을 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현대·기아·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자동차 등 5개 업체의 지난달 내수판매 합계는 10만1021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8% 줄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19.6%, 17.7% 감소했다.

자동차업계는 지난달 추석연휴로 영업일수가 비교적 적었다는 점을 실적 부진의 이유로 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노조 파업에 따른 물량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BMW는 주력 차종인 5시리즈가 새로운 모델로 교체되는 시기여서 판매가 줄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수시장 침체를 장기적인 추세로 보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차 구매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장기 불황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회복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초기비용과 유지비가 덜 드는 경차나 소형차를 더 많이 찾고 있다. 수입차 구매에서도 배기량 2000㏄ 미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배기량별 수입차 판매 현황을 보면 2000㏄ 미만 차량이 절반 이상(52.0%)을 차지한다. 3000㏄ 이상 차량은 12.9%에 불과했다. 지난해의 경우 2000㏄ 미만 차량이 48.5%, 3000㏄ 이상이 18.4%로 대형차 수요도 비교적 많았었다.

골프, 티구안, 파사트 등 2000㏄ 미만이 주력인 폭스바겐코리아는 소형차 선호 추세 덕에 지난달 판매 1위 수입차 업체가 됐다. 국산차 가운데서도 경차인 모닝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판매 1위다.

내수시장이 위축되자 자동차 업체들은 과감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이달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로스투어를 700만원 할인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세단인 300C의 일부 모델을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 최고 800만원 깎아준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