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국회 대표연설 엇박자 안타깝다

입력 2013-10-08 17:39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주요 정당의 지도자가 자기 당의 핵심 비전과 정책과제를 제시함으로써 국민 지지를 확보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어느 당 할 것 없이 국리민복 증진을 제1의 과제로 삼기 때문에 대표연설 내용은 한 군데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예산 및 결산안을 심의해야 하고, 입법과제가 산적한 정기국회 때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7, 8일 이틀간 진행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표연설은 완전히 엇박자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앵무새처럼 외우는데 그쳤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여권을 정치적으로 몰아붙이는데 몰두했다. 나라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해 여야가 힘을 모아보겠다는 생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메아리 없는 자기주장만 하다 정기국회를 끝낼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황 대표의 연설을 보자. 그는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또 한번 강조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복지공약을 지켜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대선 당시 공약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원론적인 내용이어서 설득력을 찾기 어렵다. 창조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고용률 70% 달성을 약속했지만 이 역시 대선공약을 중언부언한데 불과하다.

황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논란’과 관련해 NLL 수호 공동선언을 제안했으나 대야 정치공세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명색이 집권당 대표가 모처럼 하는 국회 연설이 국민들에게 이렇다 할만한 희망을 주지 못해 실망스럽다.

전 원대대표의 연설은 대여 투쟁에 포문을 여는 격문 같다. 그는 현 상황을 ‘총체적 난국의 국정파행시대’로 규정했다. 노태우·전두환 군사독재시대를 거쳐 막걸리 유신시대로까지 되돌아갔다고도 했다. 자기 당 대표가 전국 순회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일면 이해가 되지만 표현이 너무 과하다. 전 대표가 이른바 ‘8대 불안’ ‘8대 국민기만’이라고 규정한 내용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와대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적지 않다.

국회는 이제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으로 의사일정을 이어가게 된다. 여야 정당의 대표연설에 비춰보면 다음 일정도 생산적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당은 대선공약과 대통령 지시사항 하나하나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진정 국민이 행복해질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야당은 대여 공세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잘잘못을 구체적으로 따지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여야는 자연스럽게 머리를 맞대게 되고, 국회는 용광로 역할을 하게 된다. 국민이 바라는 이런 길을 먼저 걷는 쪽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