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병원이 환자 주머니 털기에 앞장서다니
입력 2013-10-08 17:36
환자들에게 비용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보험 미적용 의약품과 치료재료, 검사 등은 모두 국민건강보험법에 목록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목록 이외의 항목에 대해 병원이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그런데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국 대형병원 31곳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병원 모두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7억4100만원까지 환자로부터 부당하게 돈을 받아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환자에 대한 절대적인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이같이 바가지를 씌운 것은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은 물론 국민에 대한 일종의 강매행위다. 가령 폐암 환자가 주치의로부터 1회 투여에 200만원이 넘는 항암제 투여를 권유받았다고 치자.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지만 이를 거절할 경우 생명이 걱정되고 자식으로서는 불효 소리를 들을 것이 염려스럽기 마련이다. 환자 가족의 이런 다급한 처지를 악용하는 대형병원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식욕부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암이나 에이즈 환자에게 투여하는 고가의 약을 처방하는 의사도 적발됐다. 이 정도 수준이면 의사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행위는 현장 조사가 아니면 적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대형병원의 파렴치한 돈벌이 방법은 이뿐이 아니다. 일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수도권 대형병원 시범조사에서는 8곳이 3년 동안 해마다 1000억원 이상의 특진비를 부당하게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환자 수로는 무려 16만여명이다.
전문가들은 병원 경영진들이 의사 개개인에게 환자당 수익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의 비윤리적 관행이 이 같은 부도덕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로 요약되는 대형병원의 불편과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환자의 무지와 궁박을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후진적 행태는 이제 사라질 때도 됐다. 물론 대다수 의사들은 철저한 박애와 희생정신을 갖고 있다고 믿고 싶다. 보험급여를 더욱 현실화하고 감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