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이중섭의 사과
입력 2013-10-08 17:38
대향 이중섭은 필자가 태어나던 1956년에 41세로 세상을 떠난 아까운 화가입니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 뛰어난 천재성을 드러냈습니다. 그림을 그릴 재료조차 살 수 없을 만큼 가난하게 살았던 그의 그림들은 지금 매우 비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중섭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중섭에 대해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역사 속에 살다 간 한 사람을 바로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요.
그 책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린 시절 평양의 외가에 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이 먹으라고 사과를 주셨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 사과를 받자마자 순식간에 먹어버렸는데 이중섭은 그 사과를 앞에 두고 사과 그림을 다 그리고 난 후에야 먹었습니다. 이중섭의 천부적 소질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이중섭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아이가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먹고 싶은 욕망을 억제한 채 그림부터 그릴 수 있는 것은 단지 천부적인 그의 그림 소질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림 소질이 있어도 어린아이인데 우선 먹고 싶은 생각이 왜 없었겠습니까.
인간의 조상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에 주신 수많은 먹을거리 중에서 먹지 말아야 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고민도 하지 않은 채 먹어버렸습니다. 하와가 먼저 먹고, 아담에게도 먹으라고 권하자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먹어버렸습니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담을 닮은 우리 인간들은 앞에 놓인 것들에 대해 그것이 무엇이든지 아무런 생각 없이 본능대로 반응할 위험이 있습니다. 욕심대로 먹어버리고 본능을 따라 행동하는 그런 천박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린 이중섭이 사과를 앞에 두고 그림부터 그렸듯이 먹고 싶은 것을 앞에 두고 먼저 깊이 생각부터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한 자기 절제가 있어야 가능할 일입니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생각도 하기 전에 움켜쥐고, 입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삼켜버리는 본능에 충실한 사람은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생각하고 분별할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판단하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 절제할 수 있는 것이 인간다움입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데 있는 것이기에 하나님께서는 가장 먼저 인간에게 금지 명령을 주셨던 것입니다.
아담의 후손답게 앞에 놓인 것은 무조건 내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멈추고 그림이라도 그려 봅시다. 그것은 결코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인간이기에 그래야 합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