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국 수출용 가스관 동해 해저따라 건설 가능"
입력 2013-10-08 00:3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가스관을 동해 해저를 따라 건설하는 방안을 ‘깜짝’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의 언급은 당초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가 북핵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핵 문제가 단시일 내 해결될 전망이 크지 않자 러시아가 한국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한국을 잇는 총연장 1100㎞ 정도의 북한 경유 가스관은 건설비용이 25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동해 해저를 따라 건설하게 되면 비용이 추가로 더 든다.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은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합의됐다. 애초 계획에 따르면 이 가스관은 2015년까지 건설돼 값싼 러시아 천연가스를 한국이 30년 이상 공급받기로 했다.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남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사업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당사국인 남북한과 러시아가 여러 차례 협상에 나섰지만 사업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을 경유해야 하는 가스관의 안정성 문제와 가스 공급가에 대한 한·러 이견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번 제안으로 가스관 건설 문제가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11월 중순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 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