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후폭풍] 금감원 ‘수사 의뢰’ 공 떠넘기기?
입력 2013-10-07 22:55
“동양증권의 불완전 판매 행위를 발견할 때까지 무기한 특별검사에 들어가겠다.”(6일)
“동양 금융 계열사에 대한 검사 진행 도중 대주주가 위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7일)
금융감독원이 동양 금융 계열사에 대한 특별검사를 무기한으로 전환한 지 하루 만에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금감원 안팎에선 국정감사를 앞두고 서둘러 검찰에 공을 넘긴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태의 초점을 계열 증권사의 불완전판매에서 그룹 총수의 위법 행위로 옮겨 현재 제기되고 있는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이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자료를 요구했는데, 상당 부분은 동양증권의 상품 판매 실태와 그 관리감독에 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2011년에는 저축은행 사태, 지난해에는 가계부채 문제가 부각돼 질타가 많았다”며 “올해에는 전·월세 대책 부재 정도로 수월히 넘어갈 것으로 안심하고 있었는데 동양사태가 터져 고민”이라고 말했다.
뾰족한 피해자 구제 방법이 없는 데다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도 곤란한 상황이라 금감원은 코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 일정이 더욱 부담스럽다. 게다가 기업의 자금조달을 막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까봐 강력한 재발 방지책도 발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어떤 수준으로 결정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아주 기본적인 조치부터 강력한 조치까지 여러 가지 수준의 재발 방지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가볍게는 금융상품의 판매 과정에서 위험성 설명·공시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부터 극단적으로는 등급에 상관없이 계열 금융회사를 통한 모든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판매를 제한하는 방법까지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의 숨통을 막을 수가 있기 때문에 강력한 조치는 언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아직도 계열사인 증권사에서 회사채 등을 판매하는 것을 유동성 확보의 통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