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노벨생리·의학상 3명 공동수상… ‘세포 물질 운송’ 메커니즘 밝혀
입력 2013-10-07 22:45 수정 2013-10-08 00:40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생명 현상의 기초가 되는 ‘세포의 물질 운송 메커니즘’을 밝혀낸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연구는 당뇨병과 신경·면역질환 등 세포 물질 이동 과정의 장애로 생기는 여러 질환을 예방·치료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학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제임스 로스먼(63) 미국 예일대 화학과 교수와 랜디 셰크먼(65) UC버클리 분자세포생물학과 교수, 토머스 쥐트호프(58) 스탠퍼드의대 교수가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7일 밝혔다. 독일 괴팅겐 출신인 쥐트호프 교수는 2008년부터 스탠퍼드의대에 재직 중이다.
노벨위원회는 “로스먼 등 3인은 세포 내 자루 모양 소기관인 ‘소포(小胞·vesicle)’를 통해 인슐린이나 신경전달물질, 사이토카인(면역제어물질), 효소 등 생명 활동의 핵심 물질이 적시에 정확한 장소로 이동하는 원리를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셰크먼 교수는 1970년대부터 실험이 힘든 사람 대신 효모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세포 물질 운송을 통제하는 3종의 핵심 유전자를 밝혀냈다. 이어 로스먼 교수는 물질을 옮기는 소포의 단백질과 ‘운송 목적지’인 세포의 특정막(membrane)이 지퍼의 양면처럼 아귀가 맞으면서 정확한 장소로 운송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쥐트호프는 이들의 연구를 토대로 정확한 시기에 운송된 물질을 목적지에 전달하는 ‘타이밍’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노벨위원회는 “이런 시스템이 방해받으면 신경병과 당뇨병, 면역체계 혼란 같은 해로운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스먼과 셰크먼 교수는 이 같은 성과로 2002년 ‘프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 ‘래스커상’을 받았고, 쥐트호프 교수도 올해 같은 상을 수상했다.
셰크먼 교수는 수상 소식을 접한 후 “내 첫 반응도, 두 번째 반응도 ‘세상에나’였다”며 놀라워했다. 로스먼 교수도 “모든 자연 현상에 보편적인 어떤 근원을 발견하는 것은 과학자로서 아주 드문 흥분인 것 같다”며 기뻐했다.
쥐트호프 교수 연구실에서 포스닥(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고재원 연세대 생화학과 조교수는 “세포 물질 이동은 세포 간 의사소통의 기본 메커니즘인 만큼 이들의 노벨의학상 수상은 일찌감치 예견됐다”고 전했다.
공동 수상자 3명은 800만 크로네(약 14억3000만원)의 상금을 나눠 갖게 된다. 한편 이날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8일), 화학상(9일), 평화상(11일), 경제학상(14일), 문학상(미정)이 차례로 발표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