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밧, 두나라 말 비슷해 재밌어요”… 한글날 맞아 초청된 네팔 한국어 교사 장무 셰르파씨
입력 2013-10-07 19:02
한글날을 닷새 앞둔 지난 4일 생김새와 모국어, 나이도 제각각인 174명의 학생들이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이삼봉홀에 모였다. 43개국에서 찾아온 이들의 매듭은 ‘한국어’다. 이들은 10일까지 6박 7일간 ‘세종학당 우수학습자 초청 한국어·한국문화 체험 한마당’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날 모인 학생들 중에는 네팔에서 홀로 서울을 찾은 장무 셰르파(30·여)씨가 있었다. ‘한글날’에 대해 이야기하는 능숙한 한국어 실력에 감탄하자 그는 “남편이 나보다 한국어를 더 잘한다”며 웃었다.
장무씨와 남편 남체미 셰르파(33)씨가 한국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8년이다. 결혼 직후인 2003년 장무씨는 에베레스트 산 아래 식당을 차렸고 남편은 등산객을 안내했다. 남체미씨와 동행하는 한국인 등산객은 해가 갈수록 늘어났지만 대부분 서투른 영어로 몇 마디 나누는 게 고작이었다. 한국인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남체미씨는 아내에게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부부의 소식을 듣고 한 한국인 A씨(67)가 찾아왔다. 10년 전 함께 산에 오른 뒤 남체미씨와 친분을 유지해 온 A씨는 이들에게 함께 한국어 학교를 열자고 제안했다.
2008년 식당을 접고 A씨와 카트만두로 이주한 부부는 2009년 한국어 학교를 열었다. 세종학당 지원도 받기 전이었다. 첫해 20명도 안 되던 학생은 이제 285명으로 늘었다. 한국인 선생님을 모시기 여의치 않아 선생님 7명은 모두 네팔인이다. 학생이던 장무씨도 지난해부터 기초반 선생님이 돼 55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장무씨는 “학생의 질문에 모르는 게 있어선 안 된다는 부담감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며 “아침저녁으로 1시간이던 공부 시간을 늘렸다”고 했다.
장무씨는 “불규칙동사, ‘ㄹ’탈락동사 등 소리 나는 대로 쓰지 않는 게 어렵다”면서도 “한국어와 네팔어에 비슷한 단어가 많아 재밌다”고 말했다. 두 언어에서 ‘엄마’와 ‘아빠’를 일컫는 말은 발음이 같다. 한국 사람들은 ‘밥’을 먹고 네팔 사람들은 ‘밧’을 먹는다. 반면 ‘모자’는 네팔어에선 ‘양말’을 뜻한다. 한국어 동사 ‘벗다’는 네팔어로 ‘앉다’를 뜻해 학생들은 이 단어로 농담을 즐긴다. 장무씨는 웃으며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모자’”라고 말했다.
두 딸을 한국에 유학 보내고 싶다는 장무씨의 최종 목표는 한국어로 된 한국 역사책을 읽는 것이다.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열정 때문이다. 등산객뿐 아니라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네팔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네팔인도 많다. 장무씨는 한국인과 현지인들 사이의 소통을 돕는 ‘징검다리’를 꿈꾼다. 그는 “네팔과 한국은 ‘엄마’나 ‘모자’처럼 공통점도 차이점도 많다”며 “한글을 통해 두 나라가 오해 없이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