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2주째… 협상 실종에 디폴트 위기감 고조
입력 2013-10-07 18:18 수정 2013-10-07 22:18
“그는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 지금 그가 할 일은 내게 전화하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6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1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개시 이후 첫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베이너 의장의 예상을 깬 강공에 셧다운 해결은커녕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셧다운 2주째 돌입…백악관·하원 강 대 강 대치=셧다운 이튿날인 2일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 간 협상이 틀어진 뒤 백악관 및 상원과 하원 사이에는 셧다운 사태를 풀 만한 협상이 진전된 게 전혀 없다. 양측은 날선 비방전만 이어갔다. 워싱턴포스트는 “셧다운 장기화로 베이너 의장이 코너에 몰렸을 거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며 “7일로 셧다운이 2주째 접어들고 정부 부채상한 증액시한인 17일까지는 불과 2주도 채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든 공화당이든 디폴트 사태만큼은 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서는 셧다운 상황을 풀 만한 몇 가지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잠정예산안과 시퀘스터(정부예산 자동삭감), 부채 상한 증액 등 모든 현안을 일괄 타결하는 것이다. 2021년까지 9년간 1조2000억 달러의 재정지출을 자동 삭감토록 한 시퀘스터 기한을 9년 이상으로 늘리는 대신 예산안과 부채 상한을 증액시키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시퀘스터를 9년이 아닌 1∼2년만 시행하고 부채 상한도 내년 중간선거까지만 증액하는 것으로 일부 타결 방안이다. 세 번째는 일단 일시적으로 정부 업무를 재개, 부채 상한만 증액하는 임시방편 방안이다. 마지막은 오바마 대통령 또는 공화당 둘 중 한 곳이 ‘백기’를 드는 것이다. FT는 4가지 방안 중 세 번째 방안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내다봤다.
◇고조되는 디폴트 위기감=정치권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사이 디폴트 우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셧다운 사태는 기껏해야 미 경제를 흔들지만 미국이 사상 첫 디폴트 상황을 맞게 될 경우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신용부도스와프(CDS) 미국물 거래 추이 분석을 통해 “디폴트 우려가 2주 사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5년 만기 미 국채 1000만 달러어치를 1년간 보증하는 비용이 지난 4일 약 4만1165유로(약 6000만원)로, 2주 전 2만1831유로에 비해 배 가까이 뛰었다. 1년 만기 미 국채 CDS 비용은 2주 전 5125유로에서 4일 5만3750유로로 무려 10배 이상 올랐다. 금융시장이 그만큼 부도 위험이 커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CNN머니는 월가의 실물경제학자 22명 가운데 절반이 ‘미 의회가 시한 안에 부채 상한을 증액하는 데 실패하면 미국이 또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도 “최근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디폴트 발생 후 우려되는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이콥 루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N대담에 나와 “17일이 되면 우리가 더는 부채를 차입할 수 없게 된다”면서 “의회가 불장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