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후폭풍] 성난 투자자들 ‘집단소송’ 전망은… 10여건 중 소비자 승소 단 2건
입력 2013-10-07 18:16
동양그룹 법정관리에 뿔난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4만명이 소송을 냈던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소송’ 등 집단소송 사례 대부분이 금융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 탓이다.
금융소비자원은 동양그룹 기업어음(CP)과 회사채 투자자들을 모아 ‘금융감독원 국민검사청구’, ‘감사원 공익사항에 대한 검사청구’, ‘법원 공동소송’, ‘검찰 고소·고발’ 등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여기에 참여하겠다고 모인 투자자들은 무려 1만7000여명이다.
그러나 금융권 집단소송의 전례를 보면 법적으로 피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진행된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 소송이 대표적이다. 당시 금융소비자연맹과 한국소비자원은 무려 4만명의 소비자를 모아 소송을 진행했었다. 은행·저축은행·캐피털사가 대출을 해주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 근저당권 설정비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 8월까지 관련 재판이 10건 넘게 열렸지만 두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비자가 패소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다른 금융사 선택이 가능했고, 약정할 때 고객이 부담하기로 서명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금융사의 손을 들어줬다. 소비자가 이긴 경우는 근저당권 설정비 부담주체를 누구로 할지 정해지지 않았거나, 금융사가 대출을 해주는 지위를 이용해 억지로 부담시킨 게 명확한 것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동양그룹 소송도 근저당권 설정비 소송처럼 전개될 것으로 본다. 회사채와 CP의 위험성을 듣고 서명했다면 금융사를 상대로 승소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불완전 판매에 대해 소비자마다 사정이 다르고 내용도 소비자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패소할 확률이 매우 높다”며 “계약서·광고문·안내장 등을 찾아 과대광고나 과장설명의 자료를 확보해 신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댈 곳 없는 투자자들은 동양 사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데다 소비자 피해에 미온적 대응을 하고 있는 금감원에 책임을 묻고 최수현 금감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국민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수많은 사람이 이미 피해를 접수한 금소원의 자료를 활용하면 피해자 구제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음에도 금감원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금융당국은 사태를 촉발한 책임이 있는데도 전형적인 면피성 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투자자들은 또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피해 최소화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