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후폭풍] 부실 중소기업 100곳 이상 ‘구조조정 칼바람’

입력 2013-10-07 18:16 수정 2013-10-07 22:55


경기불황에다 동양과 STX 등 대기업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올해 100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2010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다. 동양 등의 협력업체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증권사의 계열사 채권 인수 규제가 강화되면 유동성 위기에 노출되는 기업도 더욱 늘 수 있다.

◇“중소기업 100곳 이상 구조조정”=금융감독원 장복섭 중소기업지원실장은 “금융당국이 은행 채권단과 함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된 중소기업 1100여 업체를 대상으로 신용위험 평가 작업을 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평가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초 구조조정 대상 숫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신용위험 세부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이들 중소기업은 최근 영업 적자에 따라 ‘자산건전성 요주의’로 분류된 기업들이다.

업종별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선·해운·건설 등 경기민감업종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A∼D등급을 부여하는 신용위험 세부평가에서 C등급으로 결정된 중소기업은 채권단과 함께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절차를 추진하게 된다. 최하 등급인 D등급을 받으면 채권단의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도모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금융권은 올해에 지난해(97곳)보다 늘어난 100곳 이상의 중소기업이 C∼D등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둔화 기조가 올해에도 여전했고, STX와 동양 등 원청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법정관리를 선택하며 무너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도 40곳으로 지난해(36곳)보다 늘어난 상태다.

◇계열사 통한 자금조달 관행 제동=기업들은 그간 손쉬운 자금조달 통로로 계열 증권사를 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증권의 경우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계열사가 발행한 채권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팔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으로 이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 유동성 위기에 노출되는 기업이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동양증권은 계열사 발행 회사채 5760억원 가운데 2880억원을 인수했다. 그룹이 발행한 채권의 50%를 계열 증권사가 도맡은 셈이다. 그나마 올해에는 이 비중이 낮아진 편이다. 동양증권의 계열사 회사채 인수 비중은 2011년 66.4%에서 지난해 94.9%까지 치솟았다.

다른 증권사들도 계열사 물량을 상당히 많이 소화하고 있었다. 이들은 동양증권처럼 투기등급의 계열사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판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투자등급이 가장 낮은 수준인 회사채들을 팔고 있었다. 동부증권과 SK증권은 계열사 회사채 인수 비중이 각각 32.5%, 30.8%를 기록했다. 삼성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 중 삼성증권이 인수한 물량은 25.7%였다. 한화증권의 계열사 물량 인수 비중은 22.6%, HMC투자증권은 22.5%로 집계됐다.

24일부터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에 따라 계열사가 발행한 투자부적격(투기) 등급의 회사채·기업어음(CP)을 고객에게 투자 권유하거나 펀드에 편입하는 일이 제한된다. 계열 증권사에만 의존해 시장성 차입금을 쉽게 조달하는 관행이 사라지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유동성 공급 통로가 단절돼 위기에 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