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시장 연 10조원, 그러나 게임머니는 규정이 없다

입력 2013-10-08 04:52


국내에서 타인의 게임계정이나 아이템을 돈 주고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거래는 음지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 유명 게임업체의 거래 현황을 살펴보니 게임계정 당 거래 금액이 75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해외업체 게임의 경우 캐릭터 계정이 수천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런 게임 아이템 등 게임머니를 소유한 사람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남겨진 계정은 어떻게 처리될까? 국민일보가 7일 국내 게임업체 사이트 상위 4곳(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 NHN엔터테인먼트)의 이용 약관을 살펴보니 ‘이용자가 사망했을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게임계정이나 게임머니에 대한 양도나 환불·상속 등에 관한 조항은 없었다. 게임업체에서 임의로 처분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이 협회를 통해 각 게임 회사에 사망한 이들이 보유한 게임머니 처리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업체들은 제출을 거부했다. 협회 관계자는 7일 “각 회원사들이 사망자의 경우 유족의 환불 요구가 있을 때 ‘환불 규정’을 통해 유효기간 내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를 환불해주고 있지만, 이를 이미 아이템으로 바꾼 경우에는 회사 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환불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자료를 제출한 A사는 단순변심에 따른 환불 요청을 포함해, 사망으로 인한 유족 환불 요청 건수가 2010년 116건, 2011년 150건, 2012년 163건, 2013년(9월 기준) 111건으로 나타났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게임에 투자하는 돈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협회(구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9.6% 성장한 10조53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게임계정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학생 김모(22)씨는 4년 전부터 온라인 게임을 하며 게임아이템을 사기위해 몰래 부모님 카드에 손을 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게임 회사가 사망 등의 이유로 마음대로 처리하는 게임계정과 게임머니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 의원은 “경제력이 있는 30∼40대도 게임을 많이 즐기고 있어 게임에 투자되는 돈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망 등의 이유로 게임 회사가 마음대로 처리하는 게임관련 재산의 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며 “이들도 엄연한 재산인 만큼 상속 등의 개념을 적용해 가족이나 지인이 물려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