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부정경선 45명 무죄
입력 2013-10-07 18:07 수정 2013-10-07 22:04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송경근)는 7일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조양원 CNP그룹 대표 등 45명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지난해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해 기소한 510명 중 11명의 유죄가 확정된 가운데 나온 첫 무죄 판결이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의 4대 원칙(보통·직접·평등·비밀선거)이 당내 경선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원들이 직접투표 원칙을 어겼다’는 검찰 주장은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당내 경선에 4대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공직선거와 당내 경선은 구분되며 경선 절차는 당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당 차원에서 ‘반드시 직접투표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당이 규정을 만들지 않았으니 대리투표에 도덕적 책임은 있을 수 있으나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오히려 “당이 더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려고 대리투표를 감수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대리투표 행위가 무제한 허용된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경우 부부와 직장동료 사이에서 부탁을 받아 한 일이고, 위임받은 표도 대부분 1표였다고 설명했다. 조직적·계획적인 대리투표가 아니어서 불법적 의도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현재 전국의 각급 법원에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건과 관련해 400여명의 재판이 계류 중이다. 그동안 각급 법원들은 당내 경선이라고 해서 헌법에 규정된 선거의 4대 원칙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왔다. 특히 현재 대법원에는 2건의 관련 사건이 계류 중이어서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지난 13일 대법원의 상고기각 결정으로 대리투표 관련 유죄가 1건 확정된 적은 있지만 본안 판단을 거친 사례는 없다. 검찰은 재판부 결정에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