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고의 삭제지시” VS “종이 문건 남기지 말라는 뜻”

입력 2013-10-07 18:12 수정 2013-10-07 22:52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이른바 ‘삭제 대화록’의 성격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 여부 등을 놓고 참여정부 인사들과 검찰 간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참여정부 측이 “잘못 기록된 녹취파일을 여러 차례 바로잡아 대화록 최종본을 만든 것”이라며 반박하자 검찰은 “진술보다 과학적 입증을 통한 증거로 사건을 규명하겠다”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핵심 쟁점 놓고 격돌=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 관계자는 7일 “(삭제 대화록이) 초안은 확실히 아니다. 완성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삭제 대화록이 수정작업을 완료해 대통령 결재까지 끝낸 공식 기록물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셈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특별한 의도를 갖고 ‘일부러’ 대화록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대화록 삭제가 대통령의 지시로 진행됐다는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대화록 생산, 수정, 삭제 등 전체 과정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정부 측은 “최종본을 만드는 과정의 전 단계 문서로 삭제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참여정부 핵심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풀어서 보고한 초본의 경우 단어나 문장이 맥락에 맞지 않게 사용됐고 어이없는 오탈자도 있어 꽤 많은 수정이 이뤄졌다”며 “그런 초본을 대화록으로 남길 수 없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에게 전달한 녹취파일에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발언이 바뀌는 등의 오류도 있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 녹취록을 본 뒤 ‘정확하지 않으니 수정하라’고 조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측은 다만 대화록 이관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문제”라며 한 발 물러섰다.

◇참여정부 측, 지시 여부 놓고 진술 번복=참여정부 인사들은 당초 대화록 삭제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조 전 비서관도 지난 1월 서해북방한계선(NLL) 고소·고발 관련사건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청와대에 두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참여정부 측은 “‘종이로 된 문건을 남기지 말라’는 지시가 와전됐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삭제 대화록이 이지원에 최초 등록된 시점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인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참여정부 핵심 관계자는 “2007년 10월 조 전 비서관이 이지원에 최초 문서를 등록했고 이후 2∼3달간 수정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반면 이창우 전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전 비서관이 대화록 최종본을 2007년 12월 대선 직전 이지원 시스템 내 대통령폴더(문서함)에 등록했고 노 전 대통령이 이후 대통령폴더에서 부속실폴더로 옮겼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참여정부 기록물 이관 관리를 주도한 임상경 전 대통령 기록관리비서관을 소환조사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