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의 美 ‘셧다운’, 금융당국 대응 격세지감

입력 2013-10-07 17:57 수정 2013-10-07 22:25


17년 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의 추억은 가물가물했다.

셧다운이 발생했던 1995년 말 금융정책을 담당했던 전·현직 당국자들은 “특별한 조치를 내리거나 긴장했던 기억이 없다”고 회고했다. 당시 우리 경제는 시장 개방 전으로 후진적인 환율제도가 운영되던 때였다. 정부뿐 아니라 시장의 애널리스트까지 외국인 자금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현재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12월 15일부터 17일간 이어졌던 셧다운 당시 코스피지수는 4.6% 하락했다. 원·달러환율은 771.8원에서 788.2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시장의 변화는 있었지만 셧다운보다는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 국내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시 재정경제원 김영섭 금융정책실장(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7일 “셧다운이 뭐냐”고 반문했다. 그는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셧다운이란 용어 대신 미 연방정부 폐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금융정책 실무과장을 맡고 있었던 기획재정부 추경호 1차관과 이석준 2차관 역시 떠오르는 게 없다고 했다. 이 2차관은 “당시는 우리 시장이 지금처럼 국제경제에 영향을 받지 않던 시절이라 크게 신경을 안 썼던 것 같다”고 했다.

정덕구 기획관리실장(현 니어재단 이사장)은 “당시는 우리 경제가 탄탄했던 때”라며 “셧다운 발생은 체크했지만 물가안정이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금융정책실 말단 사무관이었던 김성욱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그때는 주식시장이 외국인투자한도도 있었고 외국인 비중이 높지도 않았다”며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고 시장이 정부 통제 하에 있었던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환율 역시 시장평균 환율제로 당일 거래된 평균 환율을 구해서 그 다음날 기준 환율을 정해 일정한 폭 내에서만 움직이는 후진국형 시스템이었다.

현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의 핵심 정책라인들에게 셧다운은 이번이 첫 경험이다. 기재부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 유광열 국제금융협력국장, 금융위원회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당시 모두 미국 유학 중이었다.

김 국장은 “그때만 해도 자본시장이 아주 제한적이어서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셧다운에 특별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미국 움직임에 일희일비하는 요즘과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