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태 日 한인교회도 직격탄”…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 김무사·총간사 홍성완 목사
입력 2013-10-07 17:53 수정 2013-10-07 21:27
“일본 동포교회도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한국교회가 일본인에게 힘내라고 응원할 때 ‘동포 여러분도 힘내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땅에 한국인도 살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 김무사(57·오사카 니시나리교회) 목사와 총간사 홍성완(61) 목사는 2011년 3월 발생한 도후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재일동포 교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일대한기독교회는 105년 역사의 재일 기독교 단체로 한인교회 100여개와 7000여명의 성도가 소속돼 있다.
홍 목사는 “지진 피해를 입은 해안지역 교회는 대부분 교단 배경이 약한 독립교회였기 때문에 초교파적으로 도왔다”면서 “그런데 엉뚱하게도 화이트칼라가 많이 출석하는 도쿄 등 도시의 재일동포 교회들이 방사능 피해를 우려한 성도들의 귀국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대출로 예배당을 구입한 교회가 성도 귀국과 헌금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대지진 여파 때문인지 일본 법무성 통계에 따르면 재일동포 수가 60만명에서 56만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수만명의 불법체류자들은 그대로”라면서 “이들은 불법체류자에 대한 법령이 강화되면서 의지할 데가 없다보니 교회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3세인 김 목사는 열등감과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동포교인들의 애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은 하나님보다 천황, 이웃 등 인간을 의지하는 나라”라면서 “드라마 ‘겨울연가’와 욘사마(배용준) 열풍으로 많이 개선됐지만 대부분 동포들은 오랜 기간 겪은 서러운 차별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도 어린 시절 ‘조센징, 조센징, 같은 밥을 먹고 똥을 싸는 데 뭐가 다르나, 조금 다르지, 어디가 다르나, 신발 고무신 끝이 이렇게 올라갔네’하며 한국의 고무신 코가 살짝 올라간 것을 비하하는 놀림을 받았다. 그는 “욘사마 열풍은 이런 편견을 순식간에 뒤집어 놓았다”면서 “우스개로 ‘욘사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어 “재일동포 1∼2세만 해도 차별의 상징이었던 한국명을 버린 채 일본에 귀화하는 것을 무척 고민했지만 요즘은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귀화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재일동포들이 지닌 역사적 애환은 남다르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일본내에서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는 그리 높지 않다. 김 목사는 “후쿠시마 농수산물에 대한 거부감은 있지만 일본인들은 한국처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방사능보다 아베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홍 목사도 “일부 민감한 사람은 생수로 머리를 감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생선초밥도 마음껏 먹는 등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