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역 LTE “빠름” 외치지만 이용정보 없어 고객 분통
입력 2013-10-07 17:43 수정 2013-10-07 22:30
대학생 김정훈(23)씨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7일 서울 관철동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나왔다. 김씨는 “지금 광대역 LTE가 되고 있는 것이 맞느냐”며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TV만 틀면 광고를 통해 ‘황금주파수’ 노래가 나오는데 내 폰은 빨라지지 않았다”면서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혹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단말기를 바꿔야 하는지 물어보려고 들렀다”고 했다.
이동통신사들이 ‘빠른 속도’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다. 저마다 ‘가장 빠른 LTE’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서비스에서 소외당하는 모양새다. 이통사들이 주장하는 빨라진 속도를 체감하기 어려운 데다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마포구 일부에서, KT는 같은 날 서울 전역에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유플러스도 연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광고 공세에 상호 비방전까지 벌이고 있다. 자신이 진짜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데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업계는 지난달 중순 가장 먼저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한 KT의 경우 오히려 지난달에 가입자 4만여명을 경쟁사에 빼앗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광대역 LTE가 뭔지, 지금 자신의 폰에서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서울 명동의 한 IT 기기 매장에서 만난 주부 김민주(44)씨는 “매일 광고가 나오길래 광대역 LTE는 어떻게 이용하는 건지 궁금해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서비스 신청을 따로 하는 게 아니라더라”며 황당해했다. 직장인 고형민(30)씨는 “이통사에서 아무런 안내도 없었고 속도를 측정해봐도 빨라지지 않았다”며 “광대역 LTE 서비스가 되고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광대역 LTE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단말기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확인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광대역 주파수와 주력망이 다른 경우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주력망이 800㎒이고 보조망이 1.8㎓인 이통사 가입자가 주파수가 1.8㎓인 광대역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주력망과 보조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멀티캐리어(MC)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통사들은 ‘고객들이 알아서 이용하면 된다’는 식이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로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친절한 설명’은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일이 서비스를 안내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네트워크 속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광대역 LTE가 정확히 얼마만큼 빠르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