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오너家 경영권 포기… 창업주 3세 설윤석 사장 “원활한 구조조정 위해”

입력 2013-10-07 17:44 수정 2013-10-07 22:29

국내 첫 전선 제조업체인 대한전선의 설윤석(32) 사장이 경영권을 자진 포기했다.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물러나기로 했다. 창업자인 고(故) 설경동 회장이 1955년 회사를 설립한 후 58년 동안 이어온 설씨 가문의 경영권을 내놓은 것이다. 설 사장은 오너 3세다.

대한전선은 7일 “설 사장이 채권단과의 협의 과정에서 자신의 경영권이 회사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회사를 살리고 주주 이익과 종업원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설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선대부터 50여년간 일궈온 회사를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제가 떠나더라도 임직원 여러분이 마음을 다잡고 지금까지 보여준 역량과 능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설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던 2004년 3월 선친인 설원량 전 회장이 뇌출혈로 갑자기 별세하면서 경영에 뛰어들었다. 어머니인 양귀애 전 대한전선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 먼저 나섰고, 설 사장은 이듬해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대한전선은 50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을 정도로 건실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설 전 회장 사망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이뤄진 무분별한 투자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레저, 부동산 개발, 건설 등 주력 사업과 관련 없는 업종으로 진출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산의 가치는 급락하고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한전선은 2009년 5월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재무개선 약정을 맺고 4년 넘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설 사장이 경영권을 포기해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 사장의 대한전선 지분은 1.5%인 데다 이마저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다. 설 사장은 대한전선 외에 대한광통신(4.1%), 대한시스템즈(53.8%)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광통신과 대한시스템즈는 대한전선 지분을 각각 11.4%, 4.3% 갖고 있다. 다만 설 사장은 보유 지분과 상관없이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경영은 대한전선 공동 대표이사인 손관호 회장과 강희전 사장이 그대로 맡을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