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계산 孫, 당내이견에 불출마로 손털어
입력 2013-10-07 17:42
민주당 손학규(얼굴) 상임고문이 7일 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당에 최종 통보했다. 손 고문의 ‘구원등판론’이 물건너가면서 새누리당 후보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와의 ‘빅매치’도 불발됐다.
◇저울질하던 孫, 불출마 배경은=손 고문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을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지금은 자숙할 때이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오전에는 김한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불출마하는 게 확고한 제 생각”이라고 전하며 입장을 굳혔다.
전날 저녁때까지만 해도 김 대표가 친손계 의원들이 모이는 만찬장을 찾아가 ‘삼고초려’하자 손 고문이 마음을 바꿀 것이란 기류가 흘렀었다. 그러나 끝내 불출마 쪽으로 결정한 데에는 당내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부담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인사는 “가족, 측근들조차도 욕심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 성공적인 재기와 세 확장을 계산한 행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자신의 전략공천으로 정세균 상임고문계인 오일용 화성갑 지역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되는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손 고문은 공천심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위원장이 항의한 일을 보고받은 뒤 불출마를 확정했다는 후문이다. 한 인사는 “어제 손 고문을 만난 김 대표가 오 위원장 관련 얘기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내 교통정리도 하지 않고 온 것”이라고 서운함을 피력한 뒤 “손 대표는 ‘당 대표까지 했던 사람으로서 열심히 뛰고 있는 지역위원장을 낙담시킬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가 서 전 대표에 밀리는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손 고문 입장에선 차기 대권 후보를 노리고 있는 터라 낙선한다면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 1일 민주당의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손 고문은 적극 투표층에서 서 전 대표에게 7% 포인트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숭숭한 민주당=손 고문의 불출마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초 재·보궐 선거로 시선을 돌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수세국면을 돌파하려던 전략이 차질을 빚어서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전날과 지난 4일 두 차례나 손 고문을 찾아간 데다 당 원로들까지 나서 출마를 강력 촉구했었다. 초선 35명은 “이번 보궐선거는 어느 개인의 선거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민생이 걸린 국민과 정권 사이의 일대 결전”이라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만큼 당 상황이 어려우니 나서달라는 간절한 청이었다.
그러나 결국 손 고문이 불출마를 결심하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서둘러 공심위 개최를 지시하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은 공심위를 열어 오 위원장을 화성갑 보궐선거 후보로 공천했다.
김아진 정건희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