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훈훈하게… ‘따뜻한 기술’ 뜬다
입력 2013-10-07 17:24 수정 2013-10-07 22:32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건널목 앞에 서 있다. 신호등이 아직 빨간불인데 주변 누군가가 무단횡단을 한다면? 상황은 위험천만해진다. 행인을 따르도록 교육받은 안내견이 시각장애인 주인을 끌고 차가 달리는 길로 뛰어들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최근 실시한 ‘제1회 따뜻한 기술 산업화 전략포럼 및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이런 위험을 막는 ‘착한 기술’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7일 밝혔다. 이른바 ‘스마트 안내견 조끼’다. 안내견이 착용한 조끼에 LED(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로 ‘안내견이 따라갈 수 있으니 무단횡단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문구를 표시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안내견은 만지지 말고 보기만 해주세요’ 등 다른 문구를 표시할 수도 있다.
사람 중심의 따뜻한 기술을 개발·보급하려는 노력이 최근 국내에서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적 목적의 응용·상용단계 기술이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 이에 해당한다. 빈곤국과 개발도상국 국민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글로벌 적정기술’도 같은 범주에 포함된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 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아이디어는 ‘버스 유아용 카시트’다. 아이디어를 낸 성균관대 양민석·신경수씨는 버스에 유아용 카시트가 없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두 사람이 제안한 유아용 카시트는 접이식 의자에 설치된다. 출·퇴근 시간처럼 어린이가 버스에 드문 경우는 의자를 접어 어른이 이용하면 된다. 현재 어린이를 승용차에 태울 때 카시트 사용은 법적 의무사항이다. 버스에서도 같은 의무가 적용되면 두 사람의 아이디어는 히트를 칠 수 있다.
‘임산부 전용 자동차 안전벨트 보조 체결장치’도 우수상을 받았다. 사고 시 임산부는 안전벨트 때문에 오히려 유산이나 장 파열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안전벨트를 배가 아닌 허벅지 위에 걸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좌석 가운데에 벨트를 한 차례 더 고정하는 장치만 설치하면 된다. 아이디어를 낸 장준영씨는 “복부 압박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어 안전벨트 차용의 대중화를 이끌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적정기술 분야에서는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아프리카 농부들을 위한 농기구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른바 ‘지게 겸용 쟁기’로 조립·해체를 통해 농사철에는 쟁기로, 평상시에는 지게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아이디어를 낸 인하대 한주한·이준환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적정기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 저장기술과 공간 부족으로 자두를 버린다는 네팔의 서부 마을 주민을 위한 ‘자두 빻는 기계’ 등도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수상작 가운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안전벨트’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서비스’ 등이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두 가지 아이디어를 올해 국민편익증진기술개발사업 신규 과제로 선정했다. 이달 말까지 공모를 실시해 사업화를 하겠다는 중소·중견기업에 2년간 최고 6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