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개성공단 제도개선 협상에 적극 나서라

입력 2013-10-07 17:43

남북한 합의 이행 안 하면 美·中으로부터 배척당해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바로미터다. 공단이 별 탈 없이 잘 돌아가면 남북관계가 순항하는 것이고, 삐걱거리면 휴전선에 긴장이 조성된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 지난봄 남북이 극한으로 대치할 때 공단 가동이 처음으로 중단됐으며, 추석을 앞두고 재가동되면서 남북 간에도 잠시나마 훈풍이 불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된 지 3주일을 넘긴 지금 남북 간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협상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북한 당국이 재가동 합의 때 남측에 한 약속의 이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이 최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또 다시 대남위협 발언을 하고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개성공단은 운영상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언제 또 파행으로 치달을지 모른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재가동에 합의하면서 3통(통행 통관 통신)의 개선과 국제화를 끈질기게 요구해 관철시킨 것은 더 이상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북은 합의사항을 구체화하는 데 매우 소극적이다. 이에 따라 남북이 연내 도입키로 합의한 전자출입체계(RFID) 구축 방안 및 인터넷 통신, 통관 제도 개선 문제 논의는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의 이런 태도는 공단 재가동이란 실속만 챙기고, 남북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행위여서 국내외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매우 크다. 작은 신뢰부터 쌓아가며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해석된다. 특히 개성공단 관계자들의 자유로운 통행, 통관 문제는 공단의 항구적 발전에 필수적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국제화도 요원하다. 자기가 세워 운영하는 공장에 마음대로 드나들지도 못한다는데 어느 외국 기업이 투자를 하겠는가.

자유로운 통행은 북한 군부가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북한 최고 지도부가 풀 수밖에 없다.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통해 남북이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최고 지도부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 정권의 대외적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이 문제는 필수 과제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다 개성공단 제도 개선 협상마저 소극적인 것은 남북관계 진전에 속도조절을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남북 간에 신뢰가 깨질 경우 북한이 조속한 재개를 원하는 금강산 관광은 요원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토록 바라는 북·미관계 개선이 더더욱 멀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북한이 극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노골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우리 내부의 지혜도 필요하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이 북의 핵개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박 대통령이 표방한 DMZ 평화공원 조성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북이 남한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외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