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景시대 궁중화가 작품 감상하세요”… 간송미술관, ‘진경시대 화원’展
입력 2013-10-07 17:17
조선후기 도화서 화원(궁중화가)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13일부터 27일까지 여는 ‘진경시대 화원’ 전에는 단원 김홍도(1745∼1806)와 혜원 신윤복(1758∼?) 등 화원 21명의 대표작 80여점이 출품된다. 봄과 가을 두 차례만 전시를 여는 간송미술관이 조선왕조 화원들의 작품으로 기획전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진경시대(眞景時代)란 고유색을 한껏 드러내면서 발전을 이루었던 문화절정기로 숙종(1675∼1720)부터 정조(1776∼1800)까지 125년간을 일컫는다. 화원들은 겸재 정선(1676∼1759)의 진경산수화를 이어 각자 예술의 꽃을 활짝 피웠다. 숙종의 어진(초상화)을 그린 진재해(?∼1735)의 ‘고사한일(高士閑日)’부터 시작되는 전시는 단원과 혜원의 작품에서 절정을 이룬다.
단원의 ‘금강산 명경대’는 전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는 겸재의 금강산 그림과 달리 세밀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 정조와 독대할 정도로 잘 나가던 단원은 권력에서 밀려난 뒤의 심경을 ‘월하취생(月下吹笙)’이라는 작품에 담아냈다. 주위에는 술병과 붓이 나뒹굴고, 달빛 아래 생황을 부는 남자의 쓸쓸한 모습을 자화상처럼 그렸다. 단원 그림은 26점이 나온다.
혜원은 영·정조 어진을 그린 신한평(1735∼1809)의 장남으로 부자가 함께 화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혜원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풍속화로 눈길을 돌렸다. 단오날의 풍경을 그린 ‘단오풍정(端午風情)’, 달밤 아래의 연인을 그린 ‘월야밀회(月夜密會)’ 등 잘 알려진 15점이 전시된다. 인기작 ‘미인도’가 빠져 아쉽지만 단원과 혜원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겸재를 흠모한 나머지 이름까지 ‘겸’자를 붙인 불아재 김희겸(1710∼?), 단원의 친구로 조선후기 화단을 풍미한 고송유수관 이인문(1745∼1824), 현재 심사정(1707∼1769)의 화풍을 모방한 호생관 최북(1712∼1786), 자신만의 화풍을 이룩한 긍재 김득신(1754∼1822)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인물과 산수에 능했던 신원 이의양(1768∼?)의 청나라 사신 그림은 처음 공개된다.
한편 비영리 공익법인이자 학술연구재단인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최근 출범했다. 재단은 기존 미술관을 유지하면서 근처에 새로운 미술관을 신축해 더 나은 환경에서 소장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내년 3월 개관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에서 향후 3년간 미술관 소장품으로 기획전을 열 예정이다. SBS와도 공동기획전 등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