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곽희문 (7) 재정 바닥에 “돈벌어 보낼게요” 아내 홀로 한국행
입력 2013-10-07 17:48
엘토토유치원은 금방 유명해졌다. 좋은 환경에서 잘 가르치고 점심도 잘 먹이니 어머니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마운 곳이었다. 우리 부부도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너무 예뻐 아낌없이 정을 주었다. 그것은 사랑의 파장이 되어 번져나갔고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되돌아왔다.
우리 가족은 인근 현지인 교회에 출석했었다. 그러다 어느 주일날은 유치원에서 아내와 딸 상민이, 사역을 도와주는 우현 자매와 넷이서 자체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주일날에도 유치원을 나와 이리 저리 둘러보던 아이들이 신기한 듯 예배드리는 우리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 아이들을 오라고 손짓해 같이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이 숫자가 매주 늘어났다.
주일날도 무료하고 따분하게 보내야 했던 아이들이 우리 예배에 모여들었고 우리는 이 어린이들과 함께 예수님을 찬양하고 성경 말씀을 나누었다. 처음엔 유치원생만 오다가 나중엔 고교생, 대학생까지 점점 인원이 늘었다. 나의 부족한 설교에도 눈망울을 반짝이며 진지하게 듣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설교 준비를 더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어느 사이 아이들이 놀랍게 변화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치원만 하려고 했던 나를 이제 복음의 도구로 쓰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참으로 황공하고 감사했다. 유치원이 이제 주일은 인근 주민도 출석하는 번듯한 교회가 되고 말았다. 나는 학부모들에게 예배에 참석하라고 한 번도 강요한 적이 없다. 그런데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에 부모들도 교회에 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교회에 나오면서 부모들도 변화되기 시작했다. 복음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심령을 파고들어가 하나님을 인정하게 하고 삶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느끼게 하며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게 만든다. 이것이 복음인 것을 나는 엘토토교회를 통해 배우고 깨달았다.
이렇게 유치원과 교회를 운영하며 지내던 우리에게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퍼주기만 했으니 재정이 바닥을 보인 것이다. 조금 갖고 있던 예금도 다 썼고 선교후원금도 거의 없다 보니 적자로 운영되는 유치원과 교회가 써야 할 돈이 시급했다. 그렇다고 도움을 요청할 만한 곳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내와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다 결론이 나왔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 운영비를 보내주자는 것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나보다는 아내가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여기는 내 몫이라 여겨졌다. 우리는 원치 않게 생이별을 해야 했다. 엄마의 손길을 받지 못하게 된 딸은 슬퍼하지 않고 공항서 씩씩하게 “가서 돈 많아 벌어 오라”고 손을 흔들었다. 꼬마선교사다웠다.
그런데 속사정을 모르는 이곳 학부모와 성도들은 우리가 부부싸움을 해서 아내가 한국에 가 버린 것으로 오해했다. 기도하면서 “마마와 파파가 다시 화합하게 해 주세요”란 말을 유독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아내는 한국에서 학원 강사를 하며 열심히 송금을 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이 돈으로 거의 1년을 버티며 유치원과 교회를 운영했다. 아내와 전화하면서 필요한 것을 이야기할 때마다 아내는 돈이나 물건을 보내왔다. 아내가 간 것이 백번 다행이다 싶었다.
우리의 생이별 사역을 지켜본 선교후원자들이 도움을 조금씩 주시면서 아내는 다시 이곳에서 합류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이 일은 이곳 성도들에게도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우리의 모습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유치원생 규모와 주일예배 인원이 늘면서 넓은 곳으로 이사를 하고픈 거룩한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하나님은 기가 막힌 방법으로 우리에게 멋진 곳을 예비해 놓으셨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