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탓이라고요? 방심하다 큰일 납니다
입력 2013-10-07 17:09 수정 2013-10-07 22:40
평균수명의 연장과 100세 장수시대에 접어들며 해를 거듭할수록 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눈 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노안 탓이라거나 피로 때문이라 여겨 방치하기 일쑤이다.
9일은 한글날이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시력의 날’(매년 10월 둘째 주 수요일)이다. 글을 읽을 때 없어선 안 되는 눈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피해야 할 한국인의 3대 실명질환 예방법을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문정일 교수와 김안과병원 손용호 원장, 아이러브안과 박영순 원장 등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65세 이상 실명 원인 1위, 당뇨망막증=당뇨 환자라면 합병증이 더 무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만성신부전증, 족부궤양증과 함께 당뇨병의 3대 합병증으로 꼽히는 당뇨망막증은 당뇨로 인해 망막의 모세혈관이 막혀 저산소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혈당 조절만으로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혈당관리를 아무리 잘해도 당뇨병이 생긴 지 10여년이 지나면 거의 다 당뇨망막증을 합병하게 된다. 대부분 초기에는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증상이 있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흘려버리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망막 출혈이나 황반부종 등으로 눈에 불편을 느낄 때는 이미 당뇨망막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란 신호다. 이 신호조차 적절한 치료 없이 무시할 경우 실명하기 쉽다. 당뇨 환자는 1년에 1∼2회 정도 꾸준히 안과를 방문, 눈 종합검진을 통해 시력관리를 해야 한다.
◇진행 속도 빨라 2년 내 실명도, 황반변성=시력의 90%를 담당하는 황반부가 노화에 의해 변질돼 빛과 형상을 뇌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황반부는 우리 눈에서 중심시력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글자나 직선이 흔들리거나 굽어보이고, 그림을 볼 때 어느 한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다가 결국 시력을 잃는다.
황반변성에는 발병 원인에 따라 습성과 건성, 두 종류가 있다. 망막 내 신생 혈관이 터지거나 그로부터 배출물이 흘러나오는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황반 기능이 급감해 몇 주 안에 시력이 나빠지고, 이르면 2개월부터 늦어도 2∼3년 이내 실명할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하다.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역시 초기에는 자각증상이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뒤늦게 병원을 찾기 일쑤라는 사실이다. 황반변성을 초기에 발견, 제때 억제하지 못하게 되면 레이저 광응고술, 광역학요법(PDT), 항체주사 등의 치료를 시도해도 원래의 시력을 되찾지 못하게 된다.
평소 자외선을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흡연자라면 안과 정기검진을 습관화하는 게 좋다. 황반변성은 최근 젊은층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 안압이라도 안심은 금물, 녹내장=안압의 상승으로 인해 안내 조직에 의해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순환 장애로 시신경이 손상되는 병이다. 눈에서 렌즈 구실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져 인공수정체를 넣는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백내장과는 달리 녹내장은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되살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백내장은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눈이 부시고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는 등 비교적 이상 증상이 뚜렷해 조기발견이 가능하다. 하지만 녹내장은 시신경의 90% 이상이 손상된 말기에 이르러서야 시야가 좁아지는 등 특유의 이상 증상을 느끼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어렵다.
안압을 꾸준히 체크하더라도 안압이 정상인 상태에서 녹내장이 진행되는 ‘정상안압 녹내장’도 많다. 이는 정기검진에서 안압이 정상이란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은 사람은 물론이고 △편두통이 있거나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 △고도 근시인 사람 △45세 이상 중년층 이상 고령자에게 주로 발생한다. 이들 고위험군은 연 1회 이상 안과를 방문, 정기검진을 받아야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