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막가는 교수님, 한심한 교육부… 기막힌 BK21플러스
입력 2013-10-07 00:13 수정 2013-10-07 01:29
좋은 게 좋은 사업단 선정…국책 사업 걸맞은지 의문
[쿠키 사회] 1조5000억원대 국책 사업인 ‘두뇌한국(BK)21플러스’에 연구 부실 등으로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는 대학 교수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자로 규정된 교수들이 BK21플러스에 참여하는 것은 불법이다. 교육부는 이들의 과거 전력을 알고도 BK21플러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배제하지 않아 불법을 눈감아줬다.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과제사업의 절차와 정당성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취재한 결과 ‘BK21플러스-미래기반 창의인재양성형’에 참여한 연구자 중 37명은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전력이 있는 교수들로 6일 확인됐다. 이들 중 26명은 과거 정부로터 예산 지원을 받고도 연구 결과를 제출하지 않아 참여제한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또 11명은 연구 결과를 제출했으나 미흡 판정을 받아 제재를 받았었다. 이들은 주요 16개 대학 소속이다. 특히 참여제한 전력이 있었던 교수 가운데 6명은 대학별 BK21플러스 사업단을 이끄는 단장들이다.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가 횡령·유용·연구불량 등이 적발되면 최대 5년까지 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연구개발사업 참여 자격을 박탈당한다(과학기술기본법). 각종 학술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학술진흥법).
교육부는 당초 공고를 내고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교수들이 BK21플러스 사업단(팀)에 단 1명이라도 포함돼 있으면 사업자 선정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7월 12·18일 ‘BK21플러스 총괄관리위원회’가 열린 뒤 “일부 참여 교수의 자격 미충족을 이유로 전체 사업단(팀)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가혹하다”며 돌연 기준을 바꿨다.
이들이 선정된 사업단을 보면 과제 이름만 봐서는 국가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의 본래 취지에 적합한지 의문인 사업단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사회적 연대와 공존’, ‘이주와 다문화 연구’ 등의 경우 왜 국책 과제로 선정됐는지, 국가 연구역량 강화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불분명하다. 나눠먹기 의혹이 일었지만 교육부는 선정기준 등을 일절 밝히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교육부가 지난 8월 16일 BK21플러스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한 뒤 40여일간의 취재 끝에 ‘BK21플러스 선정 사업단(팀) 참여 교수 현황’,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현황(2013년 9월 30일 기준)’, ‘BK21플러스 제3·4차 총괄관리위 회의록’ 등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자료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협조를 받아 교육부·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확보했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 BK21플러스 담당 교수는 “(참여제한자가) 단 1명이라도 포함된 사업단이 선정됐다면 기본 조건을 어긴 것으로 원천무효”라면서 “해당 사업단이 속한 분야는 재평가하거나 차점 팀을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흔들리는 BK21플러스] 교육부, 부적격 교수 선정 알고도 묵인
[쿠키 사회] 교육부는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전력이 있는 교수들이 BK21플러스 사업에 지원한 것을 지난 7월 중순 확인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수들이 주축을 이룬 BK21플러스 총괄관리위원회를 통해 면죄부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작성한 ‘BK21플러스 제3·4차 총괄관리위 의결사항’, ‘BK21플러스 사업 신청요건 검토결과 및 처리방안(안)’ 등 회의록을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총괄관리위는 “일부 참여교수의 자격 미충족을 이유로 전체 사업단(팀)에 위반 정도에 비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가혹하다”면서 해당 사업단(팀)을 탈락시키지 않았다.
대신 참여제한자들의 논문 등 연구실적을 사업단(팀) 평가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지난 5월에 확정된 사업 공고에는 참여교수 중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자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기본 요건으로 내세웠다. 심사 도중 기준을 바꾼 것이다.
서울대 이모 교수는 연구결과를 제출하지 않아 2018년까지 제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심사 에서 “10월에 연구결과물을 제출하기로 했다”는 이유로 제재명단에서 해제됐다. 그리고 이 교수가 포함된 사업단은 BK21플러스에 선정됐다. 또한 동국대 정모 교수 등 7명은 BK21플러스 사업단(팀) 발표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 8월1일 제한교수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교육부는 그러나 이미 심사가 끝난 뒤라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추가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사업단 선정 결과 발표를 강행했다.
총괄관리위는 대부분은 참여제한 전력자가 포함된 대학 교수들이었다. 위원회 구성원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결정한다. 7월12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3차 회의에 참석한 위원 12명 중 8명은 참여제한 전력자들이 소속된 대학 교수들이었다. 4차 회의는 참석자 12명 중 8명이 참여제한 전력이 있는 교수들이 포함된 대학이었다. 두 차례 회의에 교육부에서는 담당 국장 등 3명이 배석했다.
참여제한자의 연구 실적이 사업단(팀) 평가에서 실제로 제외됐는지도 의문이다. 평가는 7월 15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됐다. 소형 팀은 하루, 대형 사업단은 2박3일씩 평가가 진행되는 등 빡빡한 일정이었다. 각 패널(분야)당 7~10명이 수만~수십만건에 달하는 문건들을 검토해야 했다. 일정을 감안하면 꼼꼼한 심사가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1조7000억원짜리 대형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각 부처에 산재된 부정·비리 교수 리스트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교육부 관계자는 “미래부, 환경부 등 타 부처가 리스트를 보관하는지는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칸막이 행정이다.
아주대 독고윤 교수는 “여자 육상선수권 대회에 남자 선수들이 뛰었다면 대회 자체는 무효다. 이와 마찬가지 상황”이라면서 “관리시스템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교육부에만 BK21플러스를 맡겨놔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황인호 기자 yido@kmib.co.kr
[흔들리는 BK21플러스] (상) 연구결과 제출않고 횡령·유용하고… 기막힌 ‘두뇌한국’
[쿠키 사회] BK21플러스 참여교수 가운데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가 제재 기간이 만료된 인원까지 포함하면 과거 연구부실 전력을 가진 교수들은 49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의 소속 대학은 19개로 주요 대학이 거의 망라돼 있다.
제재 사유별로는 연구 결과 미제출이 27명으로 가장 많았고, 평가결과 미흡 13명, 연구비 부당집행 8명, 연구 포기 1명 순이었다.
◇연구 포기자, 미흡 판정 받은 교수도 참여=BK21플러스는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과 BK21 3단계 사업이 융합된 사업이다. WCU 사업은 글로벌인재양성사업, BK21 3단계는 미래기반 창의인재양성형이라는 명칭으로 BK21플러스로 통합됐다. 그러나 WCU 사업에서 문제를 일으켜 제재 리스트에 올랐던 교수가 BK21플러스 참여교수에 또다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정모 교수는 2011년 WCU 사업에 참여했다가 정당한 사유 없이 연구 수행을 포기해 정부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포항공대 김모 교수 역시 2012년 WCU에 참여했다가 평가 결과 미흡 판정을 받아 징계를 받았다.
연구비 부당집행, 부실 연구자, 정부와의 계약 위반자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대 김모 교수는 2009년 정부로부터 우수연구센터사업으로 지원받은 예산을 부당 집행해 징계를 당했으며, 인하대 권모 교수는 2011년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책임자로 있으면서 연구비 부당 집행에 연루돼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이모 교수도 중견연구자지원사업으로 정부 돈을 받았다가 연구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었다.
◇참여제한 리스트에도 없는 부실·불량 연구자들=미래부 환경부 등 각 정부 부처가 따로 관리하는 ‘최근 3년간 연구비 부정사용 현황 및 처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서모 교수는 2011년 정부로부터 15억2000만원을 연구개발비로 받았다가 연구비 부정 사용에 연루돼 1억2700만원을 환수당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해당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업체의 문제였다. 연구 책임자이긴 했지만 직접 연구비 부정 사용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환경부가 발주한 5600만원짜리 연구용역을 받은 경희대 오모 교수도 연구비 유용에 연루돼 62만4000원을 토해냈으며, 경북대 박모 교수는 9500만원짜리 프로젝트를 따냈으나 횡령에 연루돼 98만7000원을 물어줬다. 서 교수 등 3명은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리스트에는 빠져 있다.
이들 부처는 사업비 환수 조치로 마무리하고 한국연구재단 참여제한 리스트에도 명단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부 관계자는 “해당 교수가 직접 연구비 부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사업단의 연구책임자로 있었기 때문에 돈만 환수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드러난 49명 교수들은 ‘빙산의 일각’=명단이 드러난 49명 가운데는 억울한 교수도 있을 수 있다.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리스트 관리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리스트에는 문제를 일으킨 사업단의 연구책임자만 이름을 올리게 돼 있다. 사업단 구성원 가운데 직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빠지고 연구책임자가 대신 제재를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개정안에는 문제를 일으킨 사업단은 연구책임자 외에도 해당 사업단 구성원 전원을 제재하는 것이 골자다.
박홍근 의원은 “참여제한 리스트에 포함된 연구책임자 외에도 공동연구자, 참여연구자 등까지 모두 포함시켜 BK21플러스 참여 교수와 대조할 경우 부실·불량 연구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ey Word-두뇌한국(BK)21
국내 대학의 연구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999년 시작돼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1단계(1999∼2005년)와 2단계(2006∼2012년)를 마무리하고 올해 3단계가 시작됐다. 2019년까지 이어질 3단계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 사업을 통합해 ‘BK21플러스’로 개칭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황인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