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하락세 당분간 지속될 듯
입력 2013-10-06 18:48
대풍년에도 농심(農心)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이른 추석으로 대목이 빨리 지나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 급락 사태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일부 품목에서 처음 시행한 가격안정제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확대키로 했다.
6일 현재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은 대부분 추석 이후 가격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배추는 상품 기준 10㎏들이 한 망이 추석 직전인 지난달 11일 평균 1만407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5일엔 4060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열무 값은 1.5㎏짜리 한 단이 1582원에서 825원으로 반토막 났다.
풋고추는 상품 기준 10㎏들이 한 상자가 3만2249원에 거래됐지만 2만287원으로 떨어졌다. 20개들이 한 상자가 2만원에 육박했던 애호박은 현재 8100원 선에 그치고 있다. 상추·시금치·미나리·가지 등 채소류도 추석 이후 30% 이상 값이 떨어졌다. 과일시장 상황도 비슷해 사과는 상품 15㎏들이 한 상자가 평균 5만1000원에서 3만4000원 안팎으로, 배는 15㎏들이 한 상자가 5만원 안팎에서 2만6000원대로 하락했다.
매년 추석 이후에는 농산물 소비가 급감하면서 값이 떨어지다가 열흘 정도 지나면 제자리를 찾는 패턴이 되풀이됐다. 그러나 올해는 농산물 가격 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매년 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미쳤던 태풍이 올해는 단 한 개도 상륙하지 않아 거의 모든 품목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등락폭이 평년 가격의 30% 이내일 때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정부는 신선농산물에 대해 물가안정을 위한 할당관세를 하지 않았다”며 “올해도 양파와 고랭지 배추 가격이 오를 때 (할당관세 수입의) 유혹이 많았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물가 안정을 위해 중국 등에서 농산물을 수입해 가격 상승을 막아 농민 피해를 키운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장관은 “가격안정제를 시행하고 정보를 제공하면서 수입을 하지 않고 버텼다. (안정대) 밑으로 떨어졌을 때도 (수매를 통해) 가격안정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당초 배추와 양파에 대해서만 가격안정제를 시행했지만 이달부터 무, 건고추, 마늘로 대상 품목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가을배추가 출하되는 이달부터 배추 공급과잉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산지 모니터링 등 사전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