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기업에 튄 동양 불똥… “요즘 누가 회사채 사겠나”
입력 2013-10-06 18:48
동양그룹 사태로 회사채로 근근이 자금을 대는 비우량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질 상황에 놓였다.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해운업계에 대해서는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올해 2349억원어치의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를 인수했다. 올해 발행된 전체 BBB급 회사채의 18% 규모다. 동양증권 외에도 동부증권(1890억원), KTB투자증권(1313억원), 유진투자증권(1255억원), KB투자증권(1075억원) 등도 각각 1000억원어치가 넘는 BBB급 회사채를 인수했다.
증권사들은 회사채를 기관에 매각하려 했지만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실제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BBB+ 이하 회사채 40건 중 39건이 기관 매각에 실패했다. 결국 증권사들은 저등급 회사채 대다수를 개인투자자에게 팔았다. 동양증권은 특히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16개 지점을 활용, 연 8∼9%의 고금리로 소비자를 유혹해 회사채를 대거 소비자들에게 떠넘겼다.
문제는 동양그룹 법정관리 등으로 관련 회사채 손실이 눈덩이처럼 번지면서 불안감이 투자자들에게 퍼졌다는 점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BBB등급의 회사들이 언제 동양그룹처럼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채권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한 비우량기업의 자금난이 한층 더 심해지는 상황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 사태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 상당히 줄었다”며 “건설, 조선, 항공운수 등 경기민감 업종과 재무구조개선 대상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될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경기민감업종 중 해운업계에 대해서는 자체 구조조정이 한계에 부딪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풍전등화 국내 해운업계, 본원적 대책 마련 시급’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세계 경제가 회복 기조를 보이면서 해운업종 시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해상 물동량 증가 둔화를 감안하면 운임 등 시황회복이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해운업계 상황이 심각한 것은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채무부담까지 덮쳤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해운업계는 2011년까지 세계 선박 추세인 ‘대형화’를 좇아갔지만 지금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 선박 발주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송 수석애널리스트는 “해운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구조조정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며 “국가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과감한 정책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