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현재현, CP 도와달라고?” 싸늘한 은행권
입력 2013-10-07 05:12
동양그룹 사태를 두고 은행권이 단단히 뿔이 났다. 현재현(64) 동양그룹 회장이 느닷없이 화살을 시중은행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계열사의 기습적인 법정관리 신청, 오너 일가의 개인금고 거액 인출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개인투자자를 좌절시킨 동양그룹이 거래은행을 등장시켜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3일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업어음(CP) 차환이 은행 협조를 통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은 당장 불쾌함을 표시했다. 동양시멘트 등 일부 여신이 있는 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 자율협약 등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해놓고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 회장이 호소문에서 은행의 협조를 구한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로는 직접적으로 구제 요청을 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거래 은행 관계자는 6일 “CP손실을 구제하는 데 은행이 협조해달라는 얘기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CP 차환을 위해 은행의 도움을 받고자 했으면 처음부터 법정관리를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현 회장의 발언이 은행권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8월말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을 만나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현 회장은 만약 당시 산은금융이 나서줬다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정부 자금과 국민 예금으로 운영되는 산은에 CP 차환을 요구하는 건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투자손실을 메워 달라는 의도 아니냐”며 “현 회장 발언은 우리와 협의도 없이 혼자만의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 회장의 인식을 두고 동양그룹 내부에서조차 경영인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한탄마저 나온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