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밀어내기’ 피해 전액 배상판결
입력 2013-10-06 18:43
남양유업의 ‘밀어내기’로 대리점주가 입은 피해를 사측이 전액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오규희 판사는 박모(33)씨가 남양유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2086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7월 대리점주 박씨에게 주문량보다 3배 많은 제품을 공급했다. 대리점주에게 물품을 강제로 넘기고 환불 요구는 받지 않는 이른바 ‘밀어내기’ 관행이었다. 박씨는 초과된 1280만원 상당의 물품을 대부분 폐기처분했다. 같은 달 대리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박씨는 계약 당시 낸 냉장·운반 장비 보증금 등 800만원도 돌려받지 못했다. 박씨는 초과 공급으로 입은 피해액에 보증금을 더해 2086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남양유업은 “초과 공급량이 박씨 주장만큼 많지 않고, 정확한 피해액은 박씨가 입증해야 한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오 판사가 발주 프로그램인 ‘팜스21’의 기록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이마저 거부했다. 팜스21은 대리점주가 최종 주문량만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밀어넣기의 흔적을 감추려는 ‘꼼수’라고 의심받고 있다.
오 판사는 “남양유업이 기초자료를 대부분 가지고 있는 만큼 관련 기록을 성실히 제출해야 한다”며 “기록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조치에 따르지 않았으므로 박씨의 주장이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남양유업은 또 “박씨가 장비의 수량을 확인해 인계해야 보증금을 돌려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씨도 계약 당시 정확한 장비의 수량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판사는 “대리점 운영을 위한 권리금 성격인 보증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