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화록 논란 ‘키맨’ 조명균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입력 2013-10-07 05:06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명균(사진)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지난 5일 비공개 소환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 검찰에 소환된 첫 참여정부 인사다. 검찰은 7일부터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을 비롯해 대화록 생성·수정·삭제·이관 과정에 개입한 기록물 관련 인사 30여명을 차례로 소환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지난 5일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2007년 10월 생산된 정상회담 대화록이 참여정부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 이지원(e-知園)에 등록됐다가 뒤늦게 삭제된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이후 만들어진 대화록 수정본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배경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등도 물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이지원 자료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해 휴대용 디지털 녹음기로 대화 내용을 녹음한 뒤 국가정보원에 넘긴 당사자다. 그는 회담 뒤 서울로 돌아와 국정원에서 푼 녹취파일과 자신이 직접 적은 메모를 토대로 대화록을 작성해 이지원에 등록했다.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최근 “국정원이 조 전 비서관에게 넘긴 녹취파일은 회담 배석자와 발언 내용이 바뀌는 등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1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고소·고발 사건 수사 때 검찰에 나와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국정원에 두고 청와대에 두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었다.

검찰은 대화록 작성과 등록, 국가기록원 이관 등 전체 관리 과정을 모두 알고 있는 인사가 2~3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1~2차례 더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대화록 관리·이관에 관여한 다른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이번 주부터 본격화된다. 당시 대통령기록물 이관 준비를 주도한 임상경 전 비서관이 먼저 소환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우 전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 이지원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민기영 전 업무혁신비서관 등도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미 대통령 지시 문건 등 관련 자료 확보를 통해 대화록의 이중 등록 과정과 초안 삭제 경위와 배경을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간부는 “사실상 진술이 필요 없을 만큼의 ‘과학적 증거’가 확보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당시 ‘저’라고 표현한 대목을 ‘나’라고 수정했다는 일부 지적과 관련, ‘외교적 관례’였다는 반론이 나왔다. 김경수 전 비서관은 “초본에서 김정일 위원장도 ‘저’라고 말한 대목을 ‘나’로 수정한 것으로 안다”며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일부 호칭 등을 정리하는 것은 오랜 외교관행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