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창조경제] 투자 부진, 악성 빚 급증… 위기의 경제

입력 2013-10-06 18:34 수정 2013-10-06 22:08

중소기업과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기업의 성장과 투자는 지지부진하고 국가의 악성 빚은 급증하고 있다. 당국의 신속한 정책 대응과 일관된 비전 제시가 결여되면서 창조경제가 정권 초부터 길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겠다며 지난 7월 초 출범한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는 존재가치가 희미해졌다. 개장 첫 달 하루 평균 4억원을 넘었던 코넥스시장 거래대금은 지난달 반토막났다. 개장 이후 지금까지 50거래일 이상 매매가 체결된 종목은 손에 꼽을 정도다.

경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당국의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증권 한병화 스몰캡(소자본 기업) 팀장은 6일 “주식시장 전체의 거래가 침체돼 있는데 코넥스를 활성화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목표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넥스 기업에 대한 분석 의뢰조차 받은 바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투자 부진은 현 정부 들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위 30대 그룹의 올 상반기 국내 투자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줄었다. 박 대통령이 기업인만 만나면 투자를 당부하고 각종 규제 완화를 다짐하는 것이 무색한 상황이다.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일자리 창출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각종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채무에서 국민의 혈세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 비중이 올해 246조2000억원으로 추산 사상 처음 50%를 넘어서는 것으로 공식 전망됐다. 정부는 제2 경부고속도로 등 상당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민간 자본에 의지할 방침이어서 큰 폭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세수 전망도 제대로 못해 적자를 자초한 정부가 손쉽게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양대 하준경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거의 시스템에 의존한 채 정책만 바꾸고 있어 창조경제의 의의가 무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한 경제민주화도 흐지부지돼 경제 주체인 중소기업·대기업·국민이 동반 주저앉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