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BK21플러스] (상) 제재 사유로 본 연구부실 실태
입력 2013-10-07 05:02 수정 2013-10-07 01:30
연구결과 제출않고 횡령·유용하고… 기막힌 ‘두뇌한국’
BK21플러스 참여교수 가운데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가 제재 기간이 만료된 인원까지 포함하면 과거 연구부실 전력을 가진 교수들은 49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의 소속 대학은 19개로 주요 대학이 거의 망라돼 있다.
제재 사유별로는 연구 결과 미제출이 27명으로 가장 많았고, 평가결과 미흡 13명, 연구비 부당집행 8명, 연구 포기 1명 순이었다.
◇연구 포기자, 미흡 판정 받은 교수도 참여=BK21플러스는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과 BK21 3단계 사업이 융합된 사업이다. WCU 사업은 글로벌인재양성사업, BK21 3단계는 미래기반 창의인재양성형이라는 명칭으로 BK21플러스로 통합됐다. 그러나 WCU 사업에서 문제를 일으켜 제재 리스트에 올랐던 교수가 BK21플러스 참여교수에 또다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정모 교수는 2011년 WCU 사업에 참여했다가 정당한 사유 없이 연구 수행을 포기해 정부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포항공대 김모 교수 역시 2012년 WCU에 참여했다가 평가 결과 미흡 판정을 받아 징계를 받았다.
연구비 부당집행, 부실 연구자, 정부와의 계약 위반자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대 김모 교수는 2009년 정부로부터 우수연구센터사업으로 지원받은 예산을 부당 집행해 징계를 당했으며, 인하대 권모 교수는 2011년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책임자로 있으면서 연구비 부당 집행에 연루돼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이모 교수도 중견연구자지원사업으로 정부 돈을 받았다가 연구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었다.
◇참여제한 리스트에도 없는 부실·불량 연구자들=미래부 환경부 등 각 정부 부처가 따로 관리하는 ‘최근 3년간 연구비 부정사용 현황 및 처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서모 교수는 2011년 정부로부터 15억2000만원을 연구개발비로 받았다가 연구비 부정 사용에 연루돼 1억2700만원을 환수당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해당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업체의 문제였다. 연구 책임자이긴 했지만 직접 연구비 부정 사용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환경부가 발주한 5600만원짜리 연구용역을 받은 경희대 오모 교수도 연구비 유용에 연루돼 62만4000원을 토해냈으며, 경북대 박모 교수는 9500만원짜리 프로젝트를 따냈으나 횡령에 연루돼 98만7000원을 물어줬다. 서 교수 등 3명은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리스트에는 빠져 있다.
이들 부처는 사업비 환수 조치로 마무리하고 한국연구재단 참여제한 리스트에도 명단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부 관계자는 “해당 교수가 직접 연구비 부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사업단의 연구책임자로 있었기 때문에 돈만 환수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드러난 49명 교수들은 ‘빙산의 일각’=명단이 드러난 49명 가운데는 억울한 교수도 있을 수 있다.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리스트 관리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리스트에는 문제를 일으킨 사업단의 연구책임자만 이름을 올리게 돼 있다. 사업단 구성원 가운데 직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빠지고 연구책임자가 대신 제재를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개정안에는 문제를 일으킨 사업단은 연구책임자 외에도 해당 사업단 구성원 전원을 제재하는 것이 골자다.
박홍근 의원은 “참여제한 리스트에 포함된 연구책임자 외에도 공동연구자, 참여연구자 등까지 모두 포함시켜 BK21플러스 참여 교수와 대조할 경우 부실·불량 연구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ey Word-두뇌한국(BK)21
국내 대학의 연구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999년 시작돼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1단계(1999∼2005년)와 2단계(2006∼2012년)를 마무리하고 올해 3단계가 시작됐다. 2019년까지 이어질 3단계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 사업을 통합해 ‘BK21플러스’로 개칭됐다.
이도경 황인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