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BK21플러스] 비리 징계 교수들 ‘BK21플러스’ 대거 참여
입력 2013-10-07 05:00 수정 2013-10-07 00:07
1조5000억원대 국책 사업인 ‘두뇌한국(BK)21플러스’에 연구 부실 등으로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는 대학 교수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자로 규정된 교수들이 BK21플러스에 참여하는 것은 불법이다. 교육부는 이들의 과거 전력을 알고도 BK21플러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배제하지 않아 불법을 눈감아줬다.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과제사업의 절차와 정당성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취재한 결과 ‘BK21플러스-미래기반 창의인재양성형’에 참여한 연구자 중 37명은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전력이 있는 교수들로 6일 확인됐다. 이들 중 26명은 과거 정부로터 예산 지원을 받고도 연구 결과를 제출하지 않아 참여제한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또 11명은 연구 결과를 제출했으나 미흡 판정을 받아 제재를 받았었다. 이들은 주요 16개 대학 소속이다. 특히 참여제한 전력이 있었던 교수 가운데 6명은 대학별 BK21플러스 사업단을 이끄는 단장들이다.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가 횡령·유용·연구불량 등이 적발되면 최대 5년까지 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연구개발사업 참여 자격을 박탈당한다(과학기술기본법). 각종 학술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학술진흥법).
교육부는 당초 공고를 내고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교수들이 BK21플러스 사업단(팀)에 단 1명이라도 포함돼 있으면 사업자 선정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7월 12·18일 ‘BK21플러스 총괄관리위원회’가 열린 뒤 “일부 참여 교수의 자격 미충족을 이유로 전체 사업단(팀)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가혹하다”며 돌연 기준을 바꿨다.
이들이 선정된 사업단을 보면 과제 이름만 봐서는 국가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의 본래 취지에 적합한지 의문인 사업단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사회적 연대와 공존’, ‘이주와 다문화 연구’ 등의 경우 왜 국책 과제로 선정됐는지, 국가 연구역량 강화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불분명하다. 나눠먹기 의혹이 일었지만 교육부는 선정기준 등을 일절 밝히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교육부가 지난 8월 16일 BK21플러스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한 뒤 40여일간의 취재 끝에 ‘BK21플러스 선정 사업단(팀) 참여 교수 현황’, ‘국가연구개발 참여제한 현황(2013년 9월 30일 기준)’, ‘BK21플러스 제3·4차 총괄관리위 회의록’ 등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자료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협조를 받아 교육부·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확보했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 BK21플러스 담당 교수는 “(참여제한자가) 단 1명이라도 포함된 사업단이 선정됐다면 기본 조건을 어긴 것으로 원천무효”라면서 “해당 사업단이 속한 분야는 재평가하거나 차점 팀을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