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갑 보궐선거 출마… 김한길 거듭 요청에 孫 “국민 뜻 들을 것”
입력 2013-10-06 18:21 수정 2013-10-06 22:27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10·30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일단 불출마키로 하면서 그를 전략공천하려던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은 6일 손 고문의 불출마를 번복시키기 위해 오후 예정됐던 공천심사위원회 회의까지 연기하고, 김한길 대표가 재차 손 고문을 직접 만나 출마를 요청하는 등 전방위 설득 작업을 벌였다. 손 고문은 김 대표와 회동 뒤 “시간을 갖고 국민 뜻을 들어보겠다”고 밝혀 출마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밤 친손(親孫·친손학규)계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서울 내자동 한 식당에서 마련한 손 고문 귀국 환영만찬에 사전약속 없이 방문해 거듭 출마를 강권했다. 30분간의 독대를 마친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주말 사이 당에서 강한 (출마 요청) 의지가 모아졌다고 전달했다”며 “이에 손 고문이 ‘조금 시간을 갖고 국민들의 뜻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손 고문의 이 같은 언급은 이틀 전의 강한 불출마 입장에 비해선 출마 쪽으로 좀더 다가간 발언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김영철 대표이사는 만찬 뒤 기자들에게 “손 고문은 ‘최근의 민주주의 후퇴 상황을 보면서 상대당이 반칙공천으로 선거를 하더라도 민주당은 이럴 때일수록 원칙과 정도의 정치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손 고문은 그러면서 ‘당의 (출마 요청) 의견도 있지만 시간을 갖고 국민의 눈으로 화성 출마를 고민해보겠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이사는 “기본적인 입장은 여전히 출마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고 추가적인 고민을 통해 오는 8일 재단 창립 7주년 행사장에서 공식 의견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손 고문은 지난 4일 밤 김 대표를 처음 만나 출마 요청을 거절한 데 이어 5일에는 김 대표가 메신저 역할로 친손계 양승조 최고위원을 보냈지만 역시 불출마하겠다고 했었다.
손 고문은 새누리당이 화성갑 후보로 서청원 전 대표를 ‘낙하산 공천’한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점을 불출마 이유로 내세웠지만, 한편으로는 당의 총의가 아직 모아지지 않은 점도 출마를 망설이고 있는 이유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재선의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에 이어 전날에는 이미 출마 선언을 한 민주당 오일용 화성갑 지역위원장도 손 고문에 대한 전략공천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당 차원의 ‘총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7일 중 손 고문의 출마를 촉구하는 집단 성명서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김 대표는 정세균 상임고문 계열인 오 위원장 불출마를 설득하기 위해 이날 정 고문과 통화해 긍정적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손 고문에게 고민의 시간을 주기 위해 일단 7일 오전 8시로 연기된 공심위 회의에서는 포항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만 공천을 확정하고 화성갑은 추후 다시 결정할 방침이다.
손병호 김아진 정건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