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자니… 거부하자니… 손학규, 복잡한 셈법
입력 2013-10-06 18:21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출마 여부를 고심하는 데에는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다.
일단 손 고문이 출마를 결심하면 당선 여부를 떠나 당이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는 희생자적 이미지는 물론 승부사 기질이 부각되면서 당내 차기 대권 후보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여기에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꺾는다면 손 고문으로선 최고의 복귀 시나리오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에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로 기세를 이어가 야권 내 위상을 단번에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출마했는데 서 전 대표에게 큰 표 차로 질 경우 실(失)도 만만치 않다. 2011년 경기도 분당 보궐선거 때와 비교되면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쏟아질 테고, 당초 손 고문의 불출마를 원했던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져 세(勢)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재선 의원은 6일 “서 전 대표의 당선으로 새누리당 내 당권 경쟁이 과열되면 민주당엔 좋은 판인데, 왜 굳이 나서려 하는지 모르겠다. 욕심 아니냐”고 했다.
손 고문이 끝내 불출마를 고집했을 때의 득실도 있다. 낙선 부담 없이 높아진 몸값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치적 재기를 노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선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도부의 적극적인 출마 권유를 거부한 데 대해 “당이 어려울 때 나서지 않았다”는 원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평소 자신이 내세워 온 ‘선당후사(先黨後私)’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