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한국 경제] SOC사업 대거 민자로 넘어간다

입력 2013-10-06 18:19 수정 2013-10-06 22:32


정부가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대거 민간투자사업화하려는 데는 열악한 재정 상황에 따른 고육책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민자사업은 초기 재정 부담은 적지만 장기적으로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다. 2009년 최소운영수입보장(MRG)방식이 폐지된 뒤 민간기업들도 투자를 꺼리는데다 민자사업 성격상 건설비를 과다한 통행료 수익으로 보전하려는 게 문제다.

◇신규 지역공약 사업 대규모 민자 전환 추진=정부는 제2경부고속도로(서울∼세종 고속도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제2서해안고속도로, 신안산선 복선전철 등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고, 세부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이들 사업은 모두 현 정부의 신규 지역공약사업이다.

사업비가 6조8000억원에 이르는 제2경부고속도로는 2006년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에 맞춰 민간제안으로 계획이 수립됐다. 정부는 2008년 재정사업으로 전환한 뒤 한국도로공사를 통해 추진키로 했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사업은 표류했고, 이번에 다시 민자사업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도공이 공사비의 60%를 민간에서 유치하고 나머지 40%는 정부에서 내는 국고매칭 방식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정부가 7∼8년을 오락가락하면서 주변 예상 토지보상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바람에 사업비는 당초보다 늘었다는 지적이다.

◇저비용 고효율의 본래 취지 무색=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제2경부고속도로는 2017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08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면서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제시한 것과 큰 차이다. 현 정부는 사업 계획만 세우고 막대한 사업비는 결국 차기 정부의 몫으로 돌아가는 구조인 셈이다.

민자사업은 정부가 일정수익을 보장해야 하는 데다 수익성이 우선이어서 통행료 인상 등 민간 부담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MRG제도를 폐지하고 사업비용만 보장하는 비용보전(CC)방식으로 바꿨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 범위를 최소한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한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부 지원 아래 ‘황금알’ 사업으로 꼽혔던 민자사업은 이후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2007년 9조9000억원에 달한 임대형 민자사업(BTL) 한도는 올해 7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민자도로 민간제안 사업은 2008년 이후 2건에 불과할 정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국책사업감시팀장은 “MRG가 폐지됐지만 CC방식 역시 정부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가 아니다”며 “정부가 민간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고효율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민간투자법 제정 취지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