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한국 경제] 우리기업 먹거리 찾아 해외로만
입력 2013-10-06 18:19 수정 2013-10-06 22:34
국내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들이 해외에선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업의 국내투자 부진이 이어질 경우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강력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13.7% 늘어난 329억 달러였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전 세계의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17% 감소한 1조3910억 달러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직접투자한 액수는 99억 달러에 그쳐 직접투자수지는 231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제조업체들은 해외투자액을 줄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글로벌 에너지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올 상반기 광업 부문 해외직접투자액이 40억 달러 이상 감소했지만 제조업은 46억3000만 달러를 기록,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상반기(46억7000만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 해외직접 투자는 2009년 25조3000억 달러에서 2010년 31조6000억 달러, 2011년 37조 달러로 증가하다 지난해 처음 40조원을 넘어섰다.
급증하고 있는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를 국내투자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완화 등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기업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30대 그룹의 상반기 국내투자 실적은 6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9조원) 대비 10.4% 줄었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가 엔저 현상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인 85억 달러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27거래일 연속 10조원 이상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양상이 바뀌고 있음에 주목한다. 노동집약 산업 위주로 저임금을 활용하는 투자는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15%에 그친 반면 기술집약 산업이 수출 거점 확보 목적으로 미국 등에 해외 생산기지를 짓기 위한 투자는 47%로 늘었다. 자동차, 전자 등 첨단산업까지 해외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린 결과 국내 투자 여력이 줄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투자 유도 압박에 기존 계획을 재탕하거나 이것저것 합쳐 새로운 것인 양 내놓는 사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조정환 연구원은 “국내투자 부진이 이어지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성장동력마저 약화될 우려가 크다”며 “세제·입지·규제완화와 다각적인 수출지원책을 통해 해외직접투자를 국내 투자로 유도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