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특수부대, 소말리아·리비아서 테러범 체포작전
입력 2013-10-06 18:21 수정 2013-10-06 22:55
미국이 같은 날 소말리아와 리비아에서 특수부대를 동원, 기습적인 거물 테러리스트 체포작전을 벌였다. 최근 국제 테러조직의 새로운 온상으로 부상한 북아프리카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해군특전단(네이비실)이 케냐 쇼핑몰 테러를 저지른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 알샤바브의 근거지를 5일(현지시간)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도 이 사실을 확인했지만 사살이나 생포 여부 등 자세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네이비실 요원들은 알샤바브의 지도자급 요인을 표적으로 삼아 이날 이른 새벽 기습작전을 실행했다. 목표는 그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말리아 남부 항구도시 바라웨의 해변 2층집이었다.
요원들은 해상을 통해 주택에 접근했다. 전투지원 헬기까지 동원된 가운데 벌어진 교전은 약 1시간이나 지속됐다고 현지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 과정에서 공격 대상인 알샤바브 지도자가 사살된 것으로 보이나 요원들이 사망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다고 NYT가 미 고위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요원들이 그를 붙잡는 데 실패했다고 언급하는 등 작전 결과에 대해서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이 이 정도로 위험한 작전에 나서는 것은 드문 일로 표적이 된 인사가 매우 중요한 인물임을 시사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바라웨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샤바브의 근거지로 외국 출신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날 1998년 동아프리카 주재 미국대사관 두 곳에 대한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 지도자 고위인사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인근 바니왈리드에서 미군 특수작전부대에 체포됐다고 NYT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체포된 인물은 ‘아부 아나스 알 리비’로 불리는 나지흐 압둘 하메드 알 루카이(49). 그는 200여명이 사망한 98년 8월 케냐 나이로비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의 미대사관 테러의 배후로 지목됐다. 미국 정부는 미국민 살해를 모의하고 정부 재산을 손괴한 혐의로 알 리비를 기소하고 500만 달러(약 54억원)의 현상금을 내건 상태다. 알 리비는 5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자택 밖에서 주차하던 중 차량 3대에 포위됐고, 이후 무장한 사람들에게 붙잡혔다고 가족들이 AP통신에 전했다. 알 리비는 현재 미군 당국에 구금돼 있으며 미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번 미국의 군사 작전은 미국의 이익을 공격한 자는 달아나도 결코 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NYT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예산안 문제로 의회와 전면 대치 중이고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에 대한 결정 번복으로 리더십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들 작전은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정책과 관련, ‘과시성 승리’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