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대거 증인 채택 움직임… 재계 “국감 아닌 기업감사냐” 초비상

입력 2013-10-06 17:43 수정 2013-10-06 23:02

재계가 기업인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신청에 떨고 있다.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감사”라는 불만까지 터져 나온다.

올해 국감은 1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20일 동안 진행된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증인·참고인 신청을 받은 뒤 7일부터 여야 간사 협의 등을 거쳐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일부 상임위는 지난 주말 확정됐다.

기업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3개 상임위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정무위원회다. 산업정책과 환경·노동문제를 다루는 이들 위원회가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를 감사하는 정무위도 기업인에게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빅3’ 상임위 외에 기획재정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도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어 재계로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국회가 대대적인 기업인 소환을 예고하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6일 ‘기업인 증인신청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발표하며 “국정감사가 기업감사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기업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경영계는 기업인 증인 신청이 최소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총이 걱정하는 부분은 반기업정서 확산이다. 경총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기업 대표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경영에 전념할 수 없어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고 반기업정서가 확산될 것”이라며 “기업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죄인 취급을 받는 모습이 공개된다면 기업가 정신이 훼손되고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주는 등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총은 지난해 산업위·환노위·정무위 등 6개 주요 상임위가 증인으로 채택한 기업인·경제단체 대표는 모두 145명으로 전체 증인 202명의 72%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전체 증인 110명 중 기업인 61명(55%)과 비교할 때 숫자와 비중 모두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재계의 희망대로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회 산업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을 증인 신청 명단에 포함시켰다. 산업위가 증인으로 신청한 기업인은 37명으로 파악됐다. 민간 경제단체 대표까지 포함하면 40명이 넘는다. 정무위와 국토위는 지난 4일 증인을 확정했다. 정무위는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등을 각각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토위도 4대강 사업 담함 의혹을 묻기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을 증인대에 세우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이석채 KT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매해 국감 때마다 기업인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반복되는 데 대해 “재계가 진작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책임론도 적지 않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은 국감과 청문회 불출석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