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아내와 아름다운 여인 사이 고뇌… 102번째 영화 ‘화장’ 메가폰 잡는 임권택 감독
입력 2013-10-06 17:07
거장의 도전은 계속된다. 한국영화사의 산증인 임권택(77) 감독.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그는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해 2011년 ‘달빛 길어올리기’까지 101편의 영화를 선보이며 쉼 없는 활동을 해왔다. 그가 영화 ‘화장’으로 102번째 메가폰을 잡는다. 12일까지 계속되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에는 ‘한국영화의 개벽: 거장 임권택의 세계’라는 회고전도 열린다. 후배 영화인들이 성금을 보태 마련한 자리가 뜻 깊다.
◇중년 남성의 고뇌를 담은 영화 ‘화장’=감독, 원작자, 배우 모두 대가들이 만났다. 감독은 ‘길소뜸’ ‘씨받이’ ‘서편제’ ‘취화선’ ‘천년학’ 등의 대표작을 만들어 온 임권택, 원작자는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작가 김훈, 주연배우는 국민배우 안성기다. 영화 ‘화장’은 ‘화장(化粧)’과 ‘화장(火葬)’ 이라는 서로 다른 소재와 의미를 통해 두 여자 사이에서 번민하는 한 중년 남자의 심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임 감독은 “김훈 작가의 문장이 주는 박진감이 인상적이어서 오래 전부터 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성기와는 ‘취화선’(2002) 후 11년만의 재회다. 그동안 ‘만다라’(1981)를 비롯 ‘안개마을’(1983) ‘태백산맥’(1994) ‘축제’(1996) 등을 통해 각별한 인연을 쌓아온 사이. 안성기는 이 영화에서 화장품 대기업 중역인 오상무 역을 맡아 죽어가는 아내와 젊고 아름다운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성의 고뇌를 표현한다. 제작사 명필름 측은 “이달 중으로 나머지 주요 배역의 캐스팅을 마무리한 후 오는 12월 촬영을 시작해 내년 3월 완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부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임 감독은 “영화란 살아낸 세월의 체험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 같다. 젊었을 때의 순발력이나 패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세상살이에 대한 사려 깊음은 담을 수 있다. 내게 102번째 영화란 그런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회장에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배우 강수연 박중훈 예지원, 이준익 감독 등이 참석해 거장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대가들이 모인 만큼 ‘화장’은 내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 틀림없이 진출할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임권택 회고전에 후배 영화인 총출동=이번 회고전은 후배 영화인들이 마련한 자리라 의미가 크다. 감독과 제작자 6명이 행사지원금을 보탰다.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씨네 2000’의 이춘연 대표, ‘드림캡쳐’의 김미희 대표,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 투자·배급사 ‘NEW’의 김우택 대표 등이다. ‘모금’을 주도한 이춘연 대표는 “존경의 의미다. 후배들도 감독님의 뜻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다”며 쑥스러워 했다.
이번 회고전에는 임 감독의 101편 중 필름이 유실되거나 훼손된 작품을 제외하고 현재 상영이 가능한 71편이 초청됐다. 한국 전통문화와 영화 매체와의 만남을 시도한 후기작들뿐만 아니라, 초기의 수많은 장르영화, 중기의 뛰어난 실험적 드라마까지 만날 수 있다.
영화 상영 후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CV)와 강연 프로그램에도 후배 감독과 평론가들이 릴레이로 무대에 선다. 류승완 이창동 이윤기 정지우 봉준호 김태용 홍상수 정성일 감독 등이 ‘장군의 아들’ ‘짝코’ ‘티켓’ ‘안개마을’ ‘아제아제 바라아제’ ‘춘향뎐’ ‘개벽’ 등의 상영 후 관객과 만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