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을 위한 인성만화 ‘마인드 스쿨’ 기획 천근아 교수 “인성이 가장 중요 절실히 깨달아”

입력 2013-10-06 17:07


학습 위주의 어린이 만화 시장에 독특한 책이 새로 나왔다. 초등학생을 위한 인성만화 ‘마인드 스쿨’(고릴라 박스) 시리즈다. 초등학생이 학교나 가정에서 자주 부딪히는 사건과 해결 과정을 네온비, 도도, 김미영 등 실력 있는 웹툰 작가의 만화로 소개하는 책이다. 시리즈를 기획한 천근아(44·여)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를 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연구실에서 만났다.

천 교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2008년 영국 국제인명센터(IBC)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의학자’에 선정됐다. 진료뿐 아니라 강연 등 외부 활동으로 분주하지만, 출판사로부터 감수 및 자문을 제의받고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에 직접 기획을 맡았다.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 중엔 굳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엄마, 아빠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한두 마디 해주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을 진짜 변화시키는 건 아이의 장점을 알아주는 것이거든요. 엄마들이 꼭 들어야할 이야기를 만화라는 친근한 매체를 통해 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리즈 10권 중 두 권이 먼저 출간됐다. 매사에 소심한 주인공 솔이가 스스로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1권 ‘자신감이 필요해’와 반에서 가장 힘이 센 강한이와 평범한 대기를 통해 학교 폭력 이야기를 다룬 2권 ‘그만 좀 괴롭혀!’다. 천 교수는 스토리와 등장 캐릭터 등에 대해 작가들과 의논하고, 책 말미에 ‘토닥토닥 한마디’를 통해 진료실에서 평소 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아이가 갖고 있는 자원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어른의 역할인데 부모들은 그걸 잘 못하죠.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생각해요. ‘넌 괜찮은 아이야.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게 중요하죠.”

평소 상담 과정에서 느꼈던 점,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두 담았다. “숱한 상담을 통해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공부도 정서가 안정돼야 가능해요. 아이가 공부를 잘 해도 인성이 망가지고 부모와의 관계가 틀어졌다면 토대 없는 건축물, 모래성과 같아요.”

착한 아이보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더 인정해주는 사회 풍토 때문에 인성 교육은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려서부터 착한 아이 되기를 경쟁하는 사회를 지향해야 돼요. 공부 못 해도 친구를 돕고 배려할 줄 아는 아이, 그런 인성을 갖추는 게 더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학교에서부터 그런 경쟁을 하도록 해야죠.”

천 교수는 아이의 인성 형성에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에게 ‘너도 형처럼 발표를 잘 해봐라’라고 구박하면 그 아이의 좋은 자원은 사장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넌 대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좋은 장점을 가졌구나’라고 하면 그 부분이 계발되면서 밝은 아이가 될 수 있지요.”

시리즈는 앞으로 거짓 감정, 왕따 문제, 가족 관계 등을 주제로 내년 봄까지 순차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아이들이 알아야 할 다양한 경험들을 10권에 담을 거예요. 자신감이 있는 아이는 자기의 부족함을 스스로 보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아이들이 다 읽고 난 뒤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정서적 무장’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