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나눔과 배움의 즐거움
입력 2013-10-06 17:55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든, 포성이 가득한 전쟁터에서 태어났든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오픈코스웨어(OCW)가 그 일을 하고 있죠.” 오늘 아침, 한 일간지에 실린 인터뷰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오픈코스웨어란 대학 강의를 인터넷에 무료로 공유하는 것으로, 2001년 미국 MIT가 전 과목 강의를 공개한 이래 전 세계 300여개 대학으로 확산되었다. 글로벌 ‘지식 나눔’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새 지식을 배워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내 주위에도 만학도가 몇 명 있다. 그중에 62세에 대학 공부를 시작해 올 봄 한국무용지도자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실버무용단에서 활동하는 분이 있다. 학창시절 무용반 활동을 했던 그분은 직장생활, 결혼생활을 하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쳐 꿈을 접었다가 늦깎이로 학업에 매진해 인생 2막을 멋지게 열었다. 배움의 열정이 꿈의 산파 노릇을 한 것이다.
또 ‘나눔과 배움의 힘’으로 운영되는 조그만 학교가 있다. 이 학교의 매력은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것. ‘내가 아는 것을 가르치고 모르는 것은 배운다’는 단순한 발상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지혜로운 학교’(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가 바로 그곳이다. 희망제작소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주축이 돼 2011년 6월에 시작한 이 학교는 이제 봄, 가을학기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개설 강좌도 문화예술, 인문교양, 실용 등 20개 안팎으로 늘었다. 나는 지난달, 가을학기 오픈 강좌에 참석해 웃음치료와 행복코칭 수업을 들었다.
100퍼센트 재능 기부로 운영되는 이 학교는 전·현직 대학교수와 기업 강사를 비롯해 20대 대학생도 강사로 활동한다. 강사는 가르치는 것보다 모임을 이끌어가는 리더나 코디네이터에 가깝다. 학생은 청장년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하다. 연륜과 젊음이 만나 성장하는 곳. 참 유쾌한 발상이다. 최근에는 20대 서포터스 그룹도 생겨 세대 간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눔과 배움의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엔 수원시에서 ‘누구나 학교’를 개설했다고 한다. 시민 주도형 평생학습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참 반갑다.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배움의 즐거움’만한 게 또 있을까. 조지 베일런트가 ‘행복의 조건’에서 말한 “건강하고 장수하려면 병원에 가기보다 배움에 힘쓰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윤필교(기록문화 대표)